20살 때 친구 권유로 6개월 정도 주말에 교회를 갔던 적이 있다. 신세계였다. 흥겨운 노래 뒤에 울고불며 기도하는 모습에 정말 당황했다. 그리고 조금 이해가 안갔다. 귀신 한번 본적없는데 유일신이라며 신앙심을 갖고 기도하는 모습에 괴리감이 느껴졌다. 신은 정말 존재할까?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교를 갖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종교행위로 얻고자 하는 그 무엇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종교는 수단이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소망,충동,이상 등의 분출을 막거나 반대로 분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인간은 때로는 위안받고 싶고, 세상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싶고, 자신은 누구이고 왜 존재하며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명제를 도출한 후에도 그 명제의 의미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찰해왔다. 또 자신의 생각이나 이상을 종교란 이름을 빌어 심리적 안정감을 취하고 만족감을 얻는다. 일주일에 한번 교회, 성당, 절 뭐가 됐든 간에 매개체를 통해서 행위하고 그 행위가 행복,만족,기쁨,위안이 된다는걸 교육받고, 그 교육으로 그들은 스스로 살아있는 인간임을 자각하며 종교적 세계관 안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동물이 된다.
그 교육이나 심취정도가 심해지거나 여러 가지 요소, 삶의 무게가 덫붙이면 종교란 이름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IS나 지하철아줌마, 테러같은 게 발생한다. 수단이 되었던 종교가 명분이 되어 주객전도되고 수천년간 반복되어 극단적 행위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그 본질의 탐구욕이 희석되고, 종교세계관은 더 공고해져 종교를 까는건 죽일놈이 되고, 까는놈과 깨지는놈의 각축장이 현재 온라인, 2015년 가생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종교계가 생존을 위해 40억명의 무신론자 혹은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세계관을 주입시키려 하고 이에 반발하는 사람간의 충돌로 마찰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마찰이 계속되다보면 어떤 사람은 종교가 싫다고 목소리를 내며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 이를 교묘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종파가 갈리면 또 상황이 복잡해지는데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 간 전쟁, 가톨릭과 기독교, 기독교 중에서도 수많은 종파 간 갈등이 있다. 사회단합과 질서,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인간이 발명한 종교가 인간에게 반작용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는데, 가생이에서는 역기능을 담당하는 것 같다.
며칠 전 밖에서 ‘인간마음을 공부한다’며 접근한 크리스찬 두 명이 설문용지를 줬는데 마지막 질문이 ‘성경을 배우고 싶습니까?’여서 ‘네’에 동그라미 쳤다. 그리고 가려는데 두 사람이 막 뛰어오더니 성경 배우고 싶다고 동그라미 치셨는데 어떠세요? 하길래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문학으로요.’ 하고 집에 왔다. 그리스신화와 성경은 서양문화의 뿌리니까. 실제로 출애굽기까지 읽어보긴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난 무신론자고, 종교가 내게 위안을 주고 살아있음을 증명받는 매개체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 종교는 그냥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거다. 지구가 7일만에 만들어졌다느니 하는 말은 유대인들도 믿지 않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뭐든간에 적당한게 좋다. 과유불급이다. 적당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