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에 우리 민족의 특질 자체가 매우 현실적이고 비종교적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무슨 소리냐'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종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내세관인데, 우리 민족은 사실상 내세를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말로는 믿는다 하죠. 아니 생각도 그리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실상 내면적으로는 내세의 복 보다는 현세의 복을 더 원하죠. 내세를 진정으로 믿는다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종교는 그 본질과는 달리 '현세구복적 신앙'으로 변질됩니다.
과거 불교, 유교, 그리고 요즘은 기독교가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어떤 종교도, 종교와 신앙 자체가 우리 사회 최고의 이념으로 자리잡은 적은 없습니다. 불교 역시 통치원리로 활용되었고, 근본적으로 인본주의적 학문에 가까운 유학은 더 말할 나위가 없죠. 두 종교 모두 당시 정치권력에 의해 활용되었다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정치 권력 역시 (자신들 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한) 종교에 대해 매우 관대했습니다. 물론 정치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면 여지없이 극렬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정말 수많은 다양한 종교가 들어오고 정착했죠.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 동학(천도교)은 물론 다양한 샤머니즘적 신앙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사실상 분쟁도 없었죠. 왜냐하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최고의 작동원리는 바로 당시 권력층의 정치이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종교가 쉽게 들어오고 정착하기도 한 '다양한 종교의 천국'인 동시에,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가 아닌가 합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가 국교였던 것은 통치원리로서 활용되었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또한 국교가 불교였다 하더라도 (중세 카톨릭 국가 등처럼) 도교나 기타 샤머니즘적 신앙을 금하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대로 인정했고 민간신앙으로 존속했죠.
이것은 우리 역사의 국가들이 (설령 특정 종교를 국교로 삼았다 하더라도) 엄격한 제정일치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종교가 정치의 하위 개념으로서 자리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불교 탄압은 사실상 조선 개국후 정치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구시대 권력에 탄압이었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선 초기조차도 궁 내에 사찰이 허용되는 예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설명되지 않죠.
그리고 현세 구복적이라 해서 내세관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내세관은 종교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주의적 태도로 인해 많이 약화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우리나라에 정착한 모든 종교는 예외없이 '현실구복적'으로 바뀌었죠.
우리나라 기독교도 보세요.
내세관이 있죠. 생을 마친 후 천국에서 안식을 취한다 합니다.
그런데 평소에 어떤 기도를 더 많이 할까요? 천국에 가게 해달라 기도할까요, 아니면 지금 뭘 이뤄달라, 도와달라 하는 기도를 많이 할까요?
저는 후자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다분히 현실구복적이죠.
저는 진짜 현실 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가 항상 공동의 적이 외부에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느무 나라는 끊임없이 대륙쪽과 일본쪽으로 침략 받아와서 싸울틈이 없엇다고 봅니다 툭하면 전쟁일어나서 스님이고 머고간에 항상같이 싸워와서 하나의 종교 조차도 초월한 그 무언가의 동질감이라고 봅니다
구복 기복은 한민족의 특색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환타지 바이블에 수많은 기적 행위 등 역시 현생의 복을 갈구하는 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구요. 종교 자체가 저걸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래서 허황되기 그지없는 것이면서도 또한 다단계와 같이 끈끈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 또한 저것이고.
유교를 종교로 볼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어느 정도 권력에 붙어 성장하던 불교는 한번 성리학의 철퇴를 어느 정도 맞은 시기도 있었죠.
전쟁이 날려면 두세력이 팽팽하면서도 나머지 세력의 눈치없이 전쟁을 치를 정도 규모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이런 힘은 권력 기반에서 나오는 것이고. 서양의 종교 전쟁도 이와같죠.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하지만 웬만한 경우 그게 한반도 내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란(동시에 두세력이 그만큼 성장하기란) 쉽지 않으며 보통의 전쟁은 타 지역 타 국가와 치르죠.
허나 주변국들 상황 역시 그런 문제로 전쟁을 칠 정도가 되진 못했고, 현대에는 두개 이상이 일정 규모를 이뤘지만 이는 산업화와 근대화 이후의 일인 것이고(법제로 공존을 보장하고 상호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근대로 들어서는 시기에는 기존에 있던 불교와 새로 들어온 기독교의 경우 하나는 권력이랄만한 역량이 없었고 하나는 격동기에 해외자본이나 우방과 함께 들여져 대대적인 배척이나 전쟁을 치를 상황이 아니었던 거고...
하지만 되려 지금처럼 서서히 정치에 붙어먹고 권력을 탐하고 하다가는 딱히 타 종교가 아니더라도 홍역 한번 치름직도 합니다.
미우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현세구복적 특징이 우리 민족만의 특색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를 통상적인 의미의 제정일치 국가들과 동일시할 수는 없는 것이, 일반적인 제정일치 국가들은 국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절대 허용하지 않죠.
하지만 우리의 경우엔 설사 국교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종교의 유입을 막거나 탄압하지 않았습니다. 되려 다양한 종교가 유입되었고 신앙의 양식으로서 존재했죠.
이는 종교가 철저하리만치 정치권력에게 종속되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종교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통치 이념으로서 활용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