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개신교의 주박으로부터 '완전히' 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해방된 날입니다.
전 모태신앙으로, 종교에 아무 의심 없이 20년 넘게 교회를 다니다가 기독교에 대한 회의가 들어서 그 회의를 품고 근 10년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종교적으로 기독교와 단절하고 일명 불신자의 길로 접어들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는 계속 나갑니다. 피치 못할 이유로... 오늘도 다녀왔지요.-_- 그나마 오늘은 종교라기보다는 윤리적인 설교를 해줘서 듣기 수월했습니다.)
아무리 종교를 떠났더라도 어려서부터 몸에 베인 가치관이나 정신적 토대는 버리기 힘들더라구요. 예를 들어 시간은 처음과 끝이 있다든가, 세상의 모든 일은 인과 관계에 얽혀있다든가, 목적성이 있다든가,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분명 인격신이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기독교의 근본되는 전제들이요.
그런데 어제 모 유저님께서 올린 글을 통헤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 박사의 동영상을 만나고, 그 동영상의 자막을 만들어준 일명 핑도마 씨의 글을 접하고, 이 둘을 비판하는 많은 네티즌들의 글을 정독했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하루 종일...
그렇게 작심하고 많은 동영상을 보고, 많은 글들을 읽고나니 드디어 사고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세계가 꼭 닫혀있어야 할 당위성도 없고, 만물이 목적성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고, 신의 전지전능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인격신이 가지는 모순도 깨닫고...
사실 이런 것들은 지식적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이 게시판에도 썼지만 실수계와 허수계의 순환을 그림을 그려 설명하기도 했고, 무생물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각기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아제의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유아기의 발상이고, 전지전능은 칸트인지 누군지 유명한 철학자에 의해 모순이 밝혀졌다는 등의 피상적인 지식은 있었지만, 단지 지식으로만 그쳤고, 지적 유희 정도밖에 안됐거든요.
그런데 이게 한 순간에 빵~ 하고 터지면서 사고 체계도 변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진 피상적, 지식적으로만 보이던 것들이 서로 연결되며 뭔가 확실한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미우님이나 다잇글힘님의 글들도 새롭게 와닿네요.
여튼 오늘은 개인적으로 기쁜 날입니다.
어제보다 더 기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