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머니는 말년에 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집안 어른들 말로는 암 말기가 무지 고통스럽다던데, 다행히도 주님의 은총으로 주무시다가 편히 가셨다고 하시더군요. 이 때까지만 해도 나이 많이 드셨고, 고통 없이 가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주님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작은 어머님께서도 암에 걸리셨습니다. 처음엔 암인줄 모르고 민간요법으로 어떻게든 해보려 하다가 고통이 점점 심해지니 그 때서야 병원에 가보셨습니다. 말기암이라고 하더군요. 작은 어머님은 슬하에 자식 둘이 있었고, 다 어린애들이었습니다. 둘 다 유치원생이었죠. 저희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어서 모일 때마다 기도하고, 기도원도 가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신에 대한 원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순박하고, 하나님 밖에 모르던 분이셨거든요. 심지어는 교회 목사님들이 가게에 오면 공짜로 서비스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도해도 효험이 없더군요.
그리고 바로 몇 년 뒤엔 형수님께서 암이 걸리셨습니다.-_- 아이러니하게도 이 집도 아이가 둘이었어요. 형과 제가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전 지금도 독신, 형네 집은 애들이 지금 다 초등학생... 이 분도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유방암 걸리고 항암치료로 기력이 쇠약해져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지경이 되서도 교회 열심히 나왔는데, 기적 같은 건 없었습니다. 제가 당시에 수험공부 중이어서 저에겐 그냥 별거 아닌 병이라고 했고, 그걸 믿은 저는 조만간 치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성야 암이었다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할머니, 작은어머님, 형수님 모두 기독교에 신실한 분이셨고, 집안 자체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는데, 이렇게 풍비박산이 나내요. 순식간에 엄마를 잃은 아이만 네 명이 되고, 초상만 세 번을 치뤘습니다. 할머니는 물론이고, 저희 어머니는 권사, 첫째 작은 아버지는 안수집사, 기타 고모, 삼촌들도 몇몇 분 빼곤 죄다 집사 이상인 집안입니다. 심지어 가족 중 한 명은 신학대학교 나와서 목회 하고 있어요. 연락 안 한 지 오래 되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은 목사 안수까지 받았다고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집에서 한 명도 기적을 체험하지 못하고 저 세상 갔습니다. 이후로 전 기독교에 의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몇 년 동안 냉정한 눈으로 교회를 바라보다가 지금은 기독교 안 믿습니다. 다만 집안이 집안인만큼 교회는 나가는 시늉만 합니다. 안 그러면 어머니께서 슬퍼하시거든요.
웃긴 게 이 집안에서 저만 배교를 한 게 아닙니다. 20세 넘은 사촌들 중에서 저처럼 배교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 됩니다. 심한 경우는 대놓고 하나님 안 믿는다고 하는 동생도 있어요. 그 동생네 집은 고모가 가족 모임 있을 때마다 자기 자식 위해 기도해 달라고 중보기도를 부탁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자기 자식도 안 돌보는 전지전능하신 YHWH는 이젠 제 속에, 그리고 제 사촌들의 마음 속엔 없는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작은 어머니는 신이 있다면 젊은 나이에 그렇게 요절할 분이 아니었어요. 나이도 나이이지만, 진짜 순박하고, 교회 열심히 나가는 분이셨습니다. 남에게 베푸는 걸 즐거움으로 알고, 항상 입가에 미소를 띄던 천사셨습니다.
할머니도 인자하시고, 죽을 때까지 손자인 저에게 떡 하나 더 먹여주려고 하시던 분입니다. 어렸을 때, 제가 홍시를 가장 좋아했는데, 할머니 드시라고 집안 어른들께서 병문안 때 사오신 과일들 중에 홍시를 꺼내어 다 저에게 주셨죠. 그리곤 침상에 일어나지도 못하시던 분이 제가 홍시 먹는 거 보며 미소 지으시던 게 아직까지 기억에 납니다... 당시엔 철 없던 애였던 저는 할머니께 드시라고 말뿐인 권유도 안 하고 그냥 우걱우걱 먹기만 했죠... 아마 할머니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을 거에요. 고통 중에서도 손자가 맛있게 먹는 걸 기쁜 얼굴로 쳐다보시던 그 모습이...
형수님 역시 마음 넓으시고, 화 내는 모습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죽는 그 날까지요. 형네 집에 자주 놀러갔는데, 그 때마다 웃는 모습으로 반겨주셨어요. 진짜 형수님이 화 내는 모습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세 분 다 최소한 저에겐 좋은 분들이었는데... 물~론 하나님 앞에선 똑같은 죄인이었겠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로는 자기가 사랑하는 자식이라면서 그렇게 죽을 때까지 방치합니까? 심지어 세 분 중에 두 분은 채 마흔도 못 넘기고, 어린 자녀들도 슬하에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딴 신이 진짜 실존한다면 차라리 안 믿고 지옥 가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선 믿어지지도 않네요. 스스로를 증거하는 유일한 증거인 Bible마져도 오류 투성이인데, 어떻게 믿나요?
여튼 전 치료의 은사, 병고침의 기적, 그딴 거 안 믿습니다.
아니 기독교 자체를 안 믿습니다.
ps. 아 참, 지금 막 기억 난 것 중 하나...
부흥회 때 썩은 이를 금니로 바꿔준다는 신통방통한 강사님이 교회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가 형수님이 암으로 치료 받고 있던 때였는데, 썩은 이를 금니로 바꿔줬는지는 모르지만, 암은 치료 못해주더군요.
하나님은 자기 자식 생명보다는 금덩어리가 더 좋은가 봅니다.
혹시 이 강사님 성함 아시는 분 제보 부탁드려요. SNS나 사이트 가서 욕 한 바가지 해주게. 나름 유명한 분이어서 어렵게 모셔온 거라고 담임 목사님께서 소개했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요.
ps2. 혹시나 제 가족의 상황을 아는 분들이 이 글을 보게 되면 제 신상이 퍼질 염려가 있어서 정확한 병명과 투병과정은 다 삭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