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게시판의 창조론을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예전에 의정부행 전철을 타고 고교 때 친했던 친구 집에 놀러가던 길이었습니다.
저희 옆 스님이 한분 앉아계셨고, 저흰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조금 있다보니 어느 전도사가 나타나 성경을 곁들이며, 현란한 테크닉 언변으로 교회에 나가야 하는 이유를 듭니다.
우린 신경 안쓰고 하던 이야기 계속 했고, 저희 옆에 스님도 그냥 신경 안쓰고 그대로 있는데, 문제는 이 전도사 양반이 이 스님께 다가갑니다.
그리고 "아~ 설마~" 했는데, 결국 그 스님께 교회에 다니라고 말을 건넵니다.
이에 성질이 버럭 나신 스님, 자신이 왜 교회에 나가야 하냐고 화를 내십니다.
이에 전도사의 성경 말씀, "이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된 것이고, 우리 모두는 그의 피조물입니다. 그를 모셔야 하고, 스님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이에 더욱 분노한 스님 왈, 세상은 물, 불, 흙으로 이루어진 거라며 어떻게 하나님 말로 이뤄졌냐고 반문합니다.
그러자 이 전도사 목에 힘 주어 더욱 큰 소리로 이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뤄졌다고 하자...
그 스님, 더 큰 목소리로 이 세상은 물, 불, 흙으로 이뤄졌다고 말을 합니다.
아~ 저랑 제 친구 불교의 이론을 이날 처음 들었다는...
너무나도 재미난 상황에 우리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온통 시선을 이곳으로 빼앗겨 스님과 전도사의 말에 몰두합니다.
그런데 이 전도사 전혀 밀리지 않고, 이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뤄졌다고 그걸 깨달으시라고 스님께 강변합니다.
이에 더욱 화가 난 그 스님이 하시는 말씀, 당신네 하나님이라는 자도 물, 불, 흙으로 이뤄졌어. 당신네 예수도 물, 불, 흙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다 원래 위치로 갔고. 됐어? 그러시는 겁니다.
이 말에 주변 사람들 모두 얼마나 큭큭큭~ 거리고 웃는지...
그 스님의 개그 아닌 개그 답변에 저랑 친구랑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특히 친구는 우끼는 것 못참는 성격인데, 이날 웃다 뒤로 자빠져 죽으려고 하더군요.
이날 스님의 말씀이 종종 생각이 나는데, 물, 불, 흙으로 이뤄졌다는 말이 그래도 과학적으로 원자, 분자, 화학적 결함, 물리적 원리에 그나마 가까운 종교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것을 형이상학적으로 말을 해서 그렇죠.
아무튼 재미난 기억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컬트쇼'에 한번 보내볼까요?
제목 : 물, 불, 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