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시간은 금이다'는 속담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간이 없으면 금도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금보다 소중한 것이 시간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시간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구의 자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태양시라고도 합니다. 각 나라의 표준시(태양시)는 그 나라가 위치한 경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태양이 그 나라가 정한(대체로, 그 나라의 가운데나 수도) 자오선(子午線)을 지나는 시각에 맞춰 표준시를 정하고, 공통으로 사용합니다.
지구는 대체로 24시간에 360도(°) 회전합니다. 그 회전각도와 시간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지구를 24등분해서 경도 15°는 1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경도 본초자오선과의 각도입니다. 경도 0°는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본초자오선(本初子午線)의 각도입니다. 자오선이 양극점과 내가 서있는 위치를 지나는 큰 원이라고 하면, 본초자오선은 시간의 기준이 되는 0초가 시작되고, 경도 0°가 시작되는 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표준시(KST, Korea Standard Time)는 협정 세계시(UTC, Universal Time Coordinated)보다 9시간 빠른 동경 135°가 기준(UTC+09:00)입니다. 본초자오선에서 동쪽으로(동경) 15°가 9번 이동한 거리이기도 합니다.
일본 표준시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기까지 우리나라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서울의 경도는 동경 127° 30'(127도 30분)입니다. 조선시대 말 한때 당시 청나라와 같은 동경 120°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1908년 4월1일 대한제국이 표준시를 첫 시행할 때 한반도 중앙을 지나는 동경 127° 30'(UTC+08:30)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바꿨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인 1912년 1월1일 조선총독부가 동경 135°(UTC+09:00) 기준인 일본 표준시에 맞춰 표준시를 다시 고칩니다.
1954년 3월21일 이승만 정부가 동경 127° 30'(UTC+08:30) 기준으로 되돌렸지만 1961년 8월10일 박정희 군사정부가 동경 135°(UTC+09:00) 기준으로 재변경 했습니다. 이후에도 국회 차원에서 여러 차례 동경 127° 30'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로 되돌리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북한은 2015년 8월15일 표준시를 동경 127° 30'(UTC+08:30) 기준으로 변경합니다. 같은 경도에 있지만 현재 남북한 간에는 30분의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2015년 광복절, 북한이 표준시를 되돌렸을 때 구속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남북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자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개성공단이 가동 중이었는데 북한의 표준시 변경으로 개성공단 통행과 운영 등에서 남북의 사용시간대가 달라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일까요? 이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는데 북한의 표준시 개정 때문은 아니겠지요?
이 쯤에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1434년 11월2일(세종 16년 음력 10월2일) 세종대왕이 해시계(앙부일구)를 만들어 서울 혜정교(현 광화문우체국 북쪽)와 종묘 앞에 설치했습니다. 표준시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대지만 당시 해시계로 정한 한성(서울)의 시간은 오늘날 UTC와 거의 일치했습니다. 협정 세계시보다 8시간28분 빠른 불과 2분 차이였습니다.
또 하나 가지는 서울과 도쿄의 경도 차이는 12°라는 사실입니다. 서울은 동경 127°, 도쿄는 동경 139°도 입니다. 일본의 가운데 지점이 경도가 135°입니다. 따라서 실제 서울과 도쿄의 시차는 48분 정도로 꽤 시간차가 큽니다.
조상이 정확히 짚어준 우리 시간대를 편리 여부에 따라 고쳐 사용하는 것. 고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일부 국회의원이 "표준시를 되돌려 일본 제국주의 잔재에서 벗어나 우리의 영토주권과 역사를 재확립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자"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광복절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바꾸면서 내세운 논리가 일본 제국주의 잔재 청산, 영토주권 회복 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논리가 표준시 개정과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자'는 말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합니다. 역사문제로 인한 일본에 대한 거부감 유무와 비효율성에 대한 논쟁을 떠나, 우리 국민의 삶에서 30분이란 시간이 늘어나는 역사적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국제시대에서는 타국과의 시간변환이 무척이나 중요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15도 단위로 시간대를 맞춥니다. 그래야 1시간 간격이 되고 타국과의 시간차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지요. 대표적으로 스페인은 중부유럽표준시(대략 독일, 이탈리아 위치)를 사용하고 있고 포르투갈도 그리니치 표준시(영국위치)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일본 시간대와 맞추기 싫다고 127.5도를 택하면 대부분 주요국들과 30분의 시간차이가 더 발생합니다. 섬머타임이야 예외적인 경우니까 그때만 정신 차리면 되지만 일상적으로 30분씩 차이가 더 발생하고, 그걸 국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인식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동경대 시계탑에 맞춘게 아니라... 그냥 동경대 시계탑을 그 경도 위치(경도 135도)에 맞춘거고 우리나라가 그걸 사용할 뿐입니다. 여기에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없습니다.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0도로 해서 전세계를 24등분해서 1시간 간격으로 택한거기 때문에 일본시간대라는거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경도상 123~154도로 길쭉하게 위치한 국가기 때문에 150를 일본이 쓰고 우리나라가 135도를 썼어도 이상할게 없는 문제지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135도를 택하지 않았다면 120도 시간대를 택했을텐데 실제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120도 시간대를 택해도 오차는 거의 똑같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경도는 대략 124~131도에 걸쳐있어서 120도에서 발생하는 오차 4~11도나 135에서 발생하는 오차 4~11도나 어느 시간대를 택해도 오차는 똑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