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샘 오취리가 문제 삼고 비판한 것은 그 고등학생들이 아니라
학생들이 아무 문제 의식 없이 그렇게 놀게 만든 한국 사회라고 봄.
언뜻 보기엔 혼자 급발진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는 한국에 살면서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당했고
블랙페이스 문제가 처음인 것도 아니라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 했음.
당사자들이 싫어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면 사과하고 안 하면 되는 거임.
거기다 대고 자꾸 트집을 잡는 건 사회적 약자의 입을 틀어 막는 꼴 밖에 안됨.
예를 들어 남미에선 여전히 동양인에게 친근감의 표시로 태연하게 눈을 찢을 정도로 칭키 아이즈 문제에 둔감함.
거기 사는 한국인이 현지 고등학생들로부터 눈 찢는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다 치자
근데 학생들에게 악의가 없어 보인다며 아무도 뭐라 안하고 같이 웃고 떠들고 있다면
그 모습은 동양인 눈에 어떻게 비칠까.
심지어 동양인이 이 장면을 sns에 올려 항의했다는 이유로 집단으로 다구리 놓는다면?
옆에서 보면 정말 무식한 나라로밖에 안보일 것임.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바뀔 것임.
오취리가 아이들을 박제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보일 의도였을 뿐 아이들 초상권 운운하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트집임.
다행히(?) 다들 선글라스 끼고 얼굴 시꺼멓게 칠해서 모자이크도 필요 없었음..
kpop을 이용했다? 처음부터 불러 모은 게 아니라 하도 억지들을 쓰면서 집단 린치를 하니
그럼 서양인들 의견을 들어보라고 sos를 친 것 뿐임.
정작 kpop 망신을 시키고 있는 건 오취리의 문제 제기를 집단으로 억압하는 한국인들임을 알아야 함.
우리가 흑인 차별했던 것도 아닌데 왜 우리한테 그러냐고?
그런 논리라면 우리로 패션 코드로 욱일기 쓰는 서양인에게 항의할 수가 없게 됨.
물론 오취리의 문제 제기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을 수는 있음.
하지만 그걸 두고 본심이 드러났다느니 제 2의 미즈노 슌페이니 하는 건 비열한 공격임.
정말 한국을 돈줄로 생각했다면 앞에선 좋은 말만 하고 뒤에서 험담을 하고 다녔겠지만
샘 오취리는 한국 사회를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날렸음.
평소 밝히던 대로 가나와 한국을 잇는 문화 사절 역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임.
그 문제 제기가 정당하다면 우리가 2017년 샘 해밍턴이나 오취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안 572 우리가 무심했어" 하고 끝내면 될 일임.
그러지 않고 자꾸 2017년과는 이런 이런 부분이 다르다며 꼬치꼬치 트집만 잡는다면
앞으로 어떤 외국인도 용기 있게 한국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될 것임.
나는 우리 사회가 약자를 대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곳이었으면 좋겠음.
샘 오취리에게 왜 이렇게 현명하게 항의하지 못했냐며 타박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음.
그래서 약자들이 사회 구성원의 포용력을 믿고 안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음.
하지만 지금은 이명박 등장 직전의 한국이나 트럼프 등장 직전의 미국처럼
그런 목소리 자체를 듣기 싫어하고 피곤해 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어 유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