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위 당나라부대 출신이라, 사단내의 관심사병들이 거쳐가는 내무실 소속이였습니다.
그곳에서 상말~제대하는 아침까지 견장을 달았다보니, 다른 분들보단 관심사병들과 대화 및 접촉도 당연히 많았겠습니다. 또 입장이 입장이였으니까요. (매일같이 상태보고를 해야했고)
단, 저또한 양아치군인이였고, 짧게나마 우울증으로 관심을 받았던 적도 있었으며, 나의 주적은 군대(간부)라고 대놓고 말하던 부적응자중에 한명이였습니다.
제가 그리 된 것은, 제가 일병 때, 가장 친하던 전우를 함께 점심하고 2시간만에 사고사로 잃었습니다.
(전투체육 날, 간부목욕탕 증설 작업장에 끌려갔다가 죽음)
당시, 하나같이 간부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심지어 작업 책임자는 한동안 잠적)
대대장또한 유족들 앞에서 자신이 대대장임을 끝까지 안밝히는 혐오스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그를 죽인 것은 군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람이 싫어하면 티가 나죠. 간부들도 날 싫어했습니다. 소위 짬대우 못받았죠.
그럼에도 견장을 내리지 못하게 했던 이유는, 제가 관심사병을 잘 관리했기 때문이였던 것 같네요;;
관심사병도 여러유형이 있습니다.
사실 상병쯤되면, 보통 적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적습니다.
갸들이 정신병자도 아니고, 제가 보기엔 뭐랄까요...자기합리화를 좀 합니다.
군대는 단체생활의 극인데, 여기서 자아가 뚜렸한 행동 및 발언은 부적응으로 이어지죠.
한명의 실수는, 다른 사람이 매꿔야하고, 이상적인 전우애보단, 짜증으로 밀려오기 일쑤입니다.
솔직히,일반병은 군대서 고생안합니까? 여기서 남의 것까지 챙긴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게중에는, 술쳐먹는 애, 탈영협박하는 애, 동작 굼뜬 애, 반항력 만땅인 애...가지가지죠.
대화? 설득? 이런 것이 잘 안통해요. 고쳐지는 것도 한순간이고, 금세 돌아오죠.
(솔까 답답합니다. 저도 현재의 마인드로는 그때처럼 돌볼 수 없슴)
저의 깜냥으로는 한계에 부딪혔고, 그래도, 난 군대가 군인을 죽이는 것이 너무 싫었던 터인지라, 내 새끼들은 내가 지켜주겠다는 중2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결국 몸으로 때웠습니다.
결코, 내가 성인군자이던가? 는 아니고, 내 의지의 원천은 전우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였죠.
(예전에 잡게에도 그가 생각나서 글을 적었을만큼, 저의 인생관에 영향을 준 죽음입니다)
관심사병이 삽질을 한다? 그럼 내가 삽질을 했다고 했습니다.
관심사병이 개삽질을 한다? 그럼 내가 개삽질을 시켰다고 했습니다.
그럼, 적어도 그들의 죄는 나에게로 이어지고, 분대장인 내가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였죠.
PX비용도 꽤 많이 썼던 것 같기도 하고 ㅋ
간부들도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니, 날 영창까진 안보냈지만, 병장 때 얼차려, 군장 많이 돌았네요.
참, 말년휴가 때는 머리도 밀렸어요 ㅎㅎ
이쯤하니, 관심사병들도 저에게 꽤 마음을 열었던 것 같긴 합니다.
자랑이면 자랑이지만, 소리소문없이 제대하는 것이 전통인 당나라부대에서, 저는 행가레받고, 눈물을 보인 병들도 좀 있었습니다 ㅋ
여기서 나의 자기만족은 되었다고 치는데, 또 문제가 생기더군요.
관심사병이 짬을 먹을 때까지, 그간의 행동을 본 다른 병들은 그들에게 짬대우를 잘 안해줌니다.
주로 어리버리한 관심사병들이 그런 취급을 받죠.
또, 반대로 짬을 먹었다하여, 그간에 자신의 행보를 생각하기보단, 똑같이 대우받길 원하고, 오히려 더 갈구는 관심사병도 있습니다. (실제로 타병사들에게 저에게 항의가 들어왔을 정도임)
군대의 악순환까지는 좀 비하지만, 예로, 나는 매일 청소를 했고, 이제야 청소를 안하게 되었는데, 원래 안하던 애가 짬먹었다고, 니들 청소해라하면, 듣는 입장에선 열받습니다. 뭐 이런 문제죠.
저도 여기엔 답을 못내리겠습니다. 관심사병만이 내 새끼가 아니라, 일반병도 똑같이 내 새끼였고, 더 고생하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좋아서 군대왔습니까? 그렇다고 관심사병이 상병인데, 일병인 일반병이 개겨도 문제고...
여하튼, 이런 제가 느끼는 임병장의 경우는, 심적으로 그의 심리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한번에 두개씩 하는 곳에서, 한번에 한개만 가능한 놈은, 두개를 하는 놈에게 원망을 받지만, 또 자신은 피해자란 생각도 같이 하게 되거든요. 심적인 고통만으로 치면, 한개만 하는 놈이 더 힘듬니다.
두개하는 놈 입장에선 기가 차죠?
근데, 한개하는 놈 입장에서도 기가 차는 것입니다.
단체가 아닌, 개체로서의 자각이 더 크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이유"를 찿죠.
하여, 임병장이 병장짬 먹을 동안에, 남들보기엔 기가차도, 자신에겐 억울하고 힘들었던 일들이 정말 많았을 것입니다. 또 관심사병의 특징중 하나가 "분노선이 낮다"입니다.
이정도면 에이 씨X!!!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담아두고, 되새기며 분노하죠.
그러니, 이런 성질로 인해, 또, 심적인 고통이 일반병에 비해 더 가중되는 것도 있고요.
적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임병장에 관한 글까진 부담이겠네요;;
급마무리 지으면, 임병장의 심리는 이해가 가지만, 결단코 용서가 안됌니다. 절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