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그렇군요..그래서 출발을 했는데 다시 이상징후를 느끼신 것은 언제쯤이예요?
◆ 서희근> 배가 나가서 저기
인천대교 지나자마자 그쪽에서 불꽃놀이를 했어요. 그리고 다시 선실로 들어왔어요. 배 안에 들어와서 누워서 MP3로 음악 듣고 TV 보고. 그런데
갑자기 배가 좌측으로 15도 각도로 확 넘어갔다가 바로 서더라고요. 의자에 누워 있으니까 사람이 15도로 확 틀리면서 쓰레기통하고 캔, 커피
이런 통은 저쪽으로 다 가서 나뒹굴어졌어요. 우당탕, 우당탕.
◇ 김현정> 쓰레기통, 맥주캔, 커피캔 이런 것이 나뒹굴러질
만큼 기우뚱?
◆ 서희근> 네. 쾅 잠깐 갔다가 잠깐 원위치로 왔기 때문에 감각을 못 느끼는 사람들은 그냥 그것을 못 느껴요,
그러려니 하고 다 지나가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배이니까.
◆ 서희근> 그런데 나는 그 큰
배가 이렇게 충격을 받아서 움직이는 경우는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 바깥에 선상으로 나가봤어요.
◇ 김현정> 해병대
출신이시니까 이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신 거군요?
◆ 서희근> 네. 나가서 보니까 안개도 별로 없고 바닷물이 호수처럼
잔잔한 거예요.
◇ 김현정> 한 4-5m 파도가 일어서 이런가 보다 하고 이상해서 나가보니까,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 서희근> 네.
◆ 서희근> 할 수 없잖아요. 일단 그쪽에 선수들이 하는 건데, 내가 가서 이야기한다고 그 사람들이 말귀 알아듣겠습니까.
그리고...
아침에 한 6시 돼서 일어나서 식당 가서 밥 먹고 와가지고 갑자기 있으니까 배가 어제 밤에 느꼈던 그 각도 45도 넘어가버리는데.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은 ‘아이고, 이거 사고났구나’ (였어요)...나는 그 배에서 1시간 동안 있으면서 배가 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배가 돌아요.
◇ 김현정> 배가 돌고 있는 상황.
◆ 서희근> 배가 돌면 가라앉는 거거든요.
(그래서) 탈출해 나오면서,,,(구조한) 학생들이 구명조끼 입은 상태에서도 물에서 1시간 정도 있었는지 입술들이 시퍼렇고 덜덜덜 떨고 있었어요,
다 맨발로.
◇ 김현정> 그래서 그 파리한 입술의 아이들을 일단 구출할 수 있는 데까지 선생님이 같이 구출해서 30명과 함께
나오신 거예요?
◆ 서희근> 네. 어업감시선인가 있어요, 요트배 큰 거. 그쪽에다가 내려가지고 다시 배 되돌려서 나머지 애들
다 당겨 올리고 실으니까 ..한 30m 후진하니까 배(세월호)가 물속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아이들이 그거 보면서 울부짖고.
(한숨)
◆ 서희근> 어리어리한 정도가 아닙니다. 생생하죠. 걔들하고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었어요, 제가. 그러니까 가슴이 다 아프죠. 그런데
아무튼 1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쳤어요. 좌우지간에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