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를 봤다.
잘 만든 상업신파역사팩션이다. 관객은 눈물 흘렸고 몇몇은 자기 블로그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슬로건을 올린다. 그리고 티파니가 일장기와 욱일기를 올린 것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되새김하기도 한다.
전가의 보도, 역사 잊은 민족, 그래서 이 칼날로 어린 연예인 하나 쳐죽이는 것은 당연 한일, 왜냐? 전례를 남기면 안되니까.
같은 날, 대통령은 광복절을 건국절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 했고, 일본과는 위안부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역사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그런데 왜 그 말은 미국적의 어린 연예인에게만 해당 될까?
민비(이 이름을 멸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역사공부를 하기 바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명성황후라고 온 갖 말도 안되는 역사 왜곡을 자행 할 때 그들은 어디 있었을까?
고종이라는 작자가 민비와 함께 매관매직을 자행하고 나라의 이권을 곶감 빼먹 듯 빼먹으면서 주권을 팔아먹는 짓거리를 했는데도 "그림자 살인"등 대중매체에서 자애할 뿐 아니라 독립을 도모한 현군으로 묘사되곤 했을 때 그들은 어디 있었을까?
덕혜옹주는 다시 역사왜곡을 시행한다. 이번에는 고종뿐 아니라 왕실 대부분의 자손들이 독립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실제로 영친왕과 대부분의 왕손들은 일본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지냈건만) 새로운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역사 왜곡에 대한 발언은 시끄럽지 않다.
역사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 민비라는 작자가 얼마나 나쁜 년인지, 그 여자를 미화하는 것이 우리 역사의 얼마나 크나 큰 수치인지, 고종이 얼마나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이었는지, 조선왕실 대부분이 사실은 친일파나 다름 없다는 것을 바로 알고 바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왜곡하는 세력에게는 단호한 비판을 퍼부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민족이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니.
그런데 이 단호한 역사 의식은 엉뚱한 곳에 가서 꽂히곤 한다. 멋 모르고 들고 올린 욱일문양의 도꾜 아이콘, 미국에서 자라서 한국말도 못하는 한 골프 선수의 취미로 그린 욱일 문양 등. 누군가는 말한다. 이들이 무지한 것이 서양의 기본 시각인데 너그러워야 하지 않냐? 그러면 외친다. 무지도 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래, 무지도 죄다. 대중매체에서 이토록 역사왜곡을 하고, 그걸 일반화 시켜도 그게 왜곡인지 모르고 가만히 있는 무지, 그건 죄다.
그런데 그 잣대를 왜 엄한 곳에 들이 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라를 팔아먹다 시피 한 구한말 왕실, 민비일족, 그리고 일본에서 호위호식하던 영친왕........ 이들에 대한 이런 왜곡과 미화가 과연 재미교포의 욱일문양 사용보다 가벼운 죄일까? 그리고 이들에 대한 무지가 재미교포의 무지보다 덜 한 무지일까?
덕혜옹주를 보면서 떠 오른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