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형외과의사회(회장 이상목)가 일부 병원들의 문제를 직접 고발하며 자정선언을 한 데 대해 많은 의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 눈길을 끈다.
앞서 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 10일 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쉐도우 닥터’ 등 일부 병원들의 부도덕한 운영실태를 직접 폭로하며 자정노력을 다짐했다.
이후 지난 17일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그랜드성형외과 유 모 대표원장을 비롯한 의사 7명을 사기 및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병원에서 지난해 12월 쌍꺼풀과 코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 상태에 빠져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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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지난 10일 의사협회에서 가진 자정선언 기자회견 모습 |
이 같은 소식에 의사들은 불법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밥그릇 챙기기’ 속셈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박영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윤리이사는 ‘쉐도우 닥터’ 등 비전문의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전문의 실명제’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유령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료의사 실명제’와 함께 ‘전문의 실명제’를 실시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 의사는 “과거부터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자신들의 수입을 보전하려고 비전문의들이 성형수술을 하면 고발을 불사해 왔다.”라며, “의료법 위반 관련은 검찰과 경찰, 사법부 몫이다. 네 이웃을 고소하지 말라.”고 일침했다.
B 의사도 “성형외과의사회가 권고 차원에서 해결할 수는 없었느냐. 왜 뻔한 의료법, 향정신성 의약품,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물고 넘어 뜨릴까.”라고 반문했고, C 의사는 “물론 불법은 잘못이지만, 의사는 의사들에게만 너무 엄격하다. 그랜드성형외과보다 한방 매선, 침 유방확대, 야매 시술이 더 문제 아닌가. 어느 단체가 소속 회원을 조사하고 고발까지 하느냐. 그건 사법당국이 나서야 할 일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의사회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미 성형외과의사회가 윤리위원회를 열어 유 모 대표원장을 의사회원에서 제명하고, 불법적으로 면허대여를 일삼은 원장 3명에게는 회원 자격정지 3년을 의결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쉐도우 닥터’보다 대형병원의 PA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쉐도우 닥터’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 대신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하는 것은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는 데 반해 PA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D 의사는 “유령닥터의 원조는 빅5 병원의 PA 간호사”라고 주장했고, 다른 의사도 “성형외과 의사 바꿔치기 보다 간호사가 의사 행세하는 PA가 더 문제 아닌가. 응급실에서 전공의가 전문의 아니라고 문제 삼으며, 간호사가 의사 행세하는 건 관대한 나라”라고 비꼬았다.
그런가 하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과연 진정한 전문의라고 할 수 있냐며, 미용성형수술 영역을 자신들만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꼬집기도 했다.
E 의사는 “성형외과 레지던트가 수련 과정에서 재건성형이 아닌 미용수술 집도는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미용성형수술을 독점해야 한다고 양심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히다.”라며, “이제 막 전문의를 취득한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어떻게 미용수술을 익히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라고 비판했다.
F 의사 역시 “성형외과의사회가 양심고백을 한다고 해서 미용수술 과다경쟁과 상업화, 의료제도의 근본적 문제 등을 지적할 줄 알았는데, 비전문의가 성형수술 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발표해 어이가 없었다.”라며, “이들은 성형외과 전문의 이전에 의사회 소속의 동료들이 맞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방흡입은 산부의들이, 코 성형술의 비연골 사용은 이비인후과가 발전 시켰으며, 대학에서조차 안과에서 안검성형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미용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불법인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보니 참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G 의사도 “건강보험의 저수가 등 의사들이 미용성형수술에만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제도를 꼬집어야 하는데, 역으로 할복을 하고 있다.”라고 일침했다.
반면, H 의사는 “자정은 내부적인 힘을 기르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정이 안되면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정리를 하고, 부도덕한 평가를 받게 된다. 자기반성은 외부를 향해 우리 스스로 할 터이니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라며, 성형외과의사회의 발표를 지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