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밤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국경 간 이동 통제 감소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7일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 지방정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겠다며 속속 한국인 입국자들을 강제 격리 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왕 부장이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날 한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 통화 결과를 발표하며 왕 부장의 이 발언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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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 장관이 ‘우려’를 전달했다는 내용은 중국 측 발표에서는 쏙 빠졌다.
우리 외교부는 “강 장관이 최근 중국 내 여러 지역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 등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실에 입각해 이 같은 일이 이뤄지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을 통해 강 장관의 발언을 더욱 세게 반박했다. 한국인 격리는 외교문제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방역문제’라며 중앙정부 차원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과잉이라는 강 장관의 말은 이해할만 하지만, 중국 매체로서 우리는 웨이하이를 포함해 중국 내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간주해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된 국가 출신 모든 인원을 격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라며 “이것은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전염병 예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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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서 한국인 19명을 포함한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전원이 사전 예고 없이 격리됐다. 26일에는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 내린 한국발 항공편 승객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일괄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14일간 자가 격리를 요구받거나 집중 격리 호텔로 이동했다. 칭다오 공항과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공항에 도착한 한국발 항공편 승객들도 공항에서부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지방 정부에서 준비한 차량으로만 목적지로 이동했다.
장쑤성 쑤저우, 허베이성 창저우 등 중국 일부 지방 도시에서 한국인들에게 강력한 수준의 ‘14일 자가 격리’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인의 거주지 문 앞에 봉인 딱지를 붙이고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14일 뒤 문을 열어주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상하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한국인 주민들에게 “한국에서 왔으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지 말라”고 압박한 사실이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