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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4 19:49
(퍼옴)공중파방송에서 3/10 의사휴진에 대한 의견을 물으러 와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글쓴이 : 하염없이
조회 : 281  

(공개하신 글이라 따로 여쭙지 않고 퍼왔습니다. 양해말씀 드립니다)
 
한정호
 
방금 전에 모 공중파방송에서 3/10 의사휴진에 대한 의견을 물으러 와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후에 있을 의료계 총파업에서 전공의들의 참여가 어떨지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더군요.

제 대답을 요약하면, '2000년 의약분업으로 전공의 대부분이 파업하였을 때와 지금은 유사합니다. 개원의만 휴업할 것이란 폄하와 강경대응하겠단 엄포 및 실제로 휴업한 개원가에 대한 탄압은 전공의들 및 병원의사/대학교수들에게 불을 지를 겁니다. 정부도 어쩔 수 없겠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2000년과 같은 총파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봅니다.'

전공의 몇%가 동참하냐? 이 질문 자체가 사실 웃기를 질문입니다. 전공의 1명이 출근안하면 남은 사람은 일이 2~3배가 늘어납니다. 따라서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안나오고 할 수가 없습니다. 흉부외과 전공의 1명인데 이 사람이 출근안하면 흉부외과 업무 대부분이 조만간 마비됩니다. 전공의를 일반직원과 같은 수준으로 보면 안되죠. 또한 전공의가 준법투쟁으로 하루 8시간 근무만 하여도 실제로 병원은 30% 이상이 일주일내로 마비되어 수술과 입원환자를 대폭 축소하여야 합니다. 왜 이렇게 전공의에게 업무가 과중되었냐구요? 사실을 들여다보면 젊은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GNP의 20%도 안되는 나라들보다도 낮은 의료수가 때문입니다. 환자를 진료할 수록, 특히나 중증환자를 진료할 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병원도 중증환자에 투자를 못하고,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전공의와 교수들이 몸으로 때우도록 지난 10여년간 의료형태가 무너져버린겁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이 2000년 전공의 파업 때 전공의였거나 학생으로 투쟁에 동참했습니다. 과거에 누릴 만큼 누려오신 현재의 50대 이상의 의사들과는 생각의 차원이 다릅니다. 저부터 전공의 파업으로 늘어난 업무를 땜빵하지 않을 겁니다. 외래 환자던 입원환자던 모두 밀리도록 둘 수 밖에 없고, 응급실만 커버하기도 벅찹니다. 또한 저부터도 준법근로를 하여 하루 8시간 근무를 할 것입니다.

의사들이 극단적 투쟁까지 하겠다는 원인이 뭐냐구요? 극심한 저수가로 병원이 망할 수 밖에 없고, 전공의와 교수/봉직의에게 타국에서는 병원직원들이 할 일을 전가시키도록 만들어왔습니다. 병원경영자들의 모임인 병협에서는 이를 방관하고 자신들의 돈벌이만 치중해왔고, 국립병원들은 낙하산 인사와 돌려막기 인사로 경영개혁과 건강보험개혁에는 관심이 없어왔습니다. 복지부 장관/공무원들,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와 건강보험공단의 방만경영과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는 극에 달했습니다.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봤자, 취직할 곳은 없고 개업하면 망하는 것이 뻔히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을 과거에 누릴 만큼 누린 분들의 기준으로 '희생과 봉사'를 하라는 것은 착취일 뿐입니다. 또한 병원의 대부분은 대기업과 사학기업들이 소유주이며, 국공립병원은 더 잔혹한 복지부 공무원들의 손발이며, 여기에서 먹고사는 의사(전공의/젊은 교수)는 손톱의 때만도 못한 처지인데, 무엇이 아쉽고 무서워서 개처럼 일하고 무시와 멸시는 있느대로 없는대로 받으며 환자/보호자에게 맞아도 '맞을 만 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겠습니까?

정부는 이러한 저수가에 대한 대책으로 병원들이 알아서 여관업/식당/건강보조식품 판매 등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여 돈을 벌어 보전하라고 하는 것이죠. 또한 원격진료로 대형병원은 동네의원과 경쟁하여 먹고 살라는 것이구요. 자,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로 대학병원에 경증환자가 넘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는 언제이고, 원격컴퓨터대면진료를 할 경증환자를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라는 것이죠? 정부가 환자 편의를 고민해서 원격진료를 입법화하는 것이라면, 지금도 경증환자가 넘쳐나는 대학병원에 넘쳐나고 동네의원은 고사된 마당에 이를 가속화하겠다는, 즉 의료전달체계를 모두 무너트리자는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되는 거죠. 아무 개념도 없는 정부정책이란 말입니다.

3월말 한국에서는 2000년 대규모 의사파업과 비슷한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저는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보복부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과 협상, 현재 및 미래에 대한 무대책과 무책임을 덮기 위해서 저들은 더욱 언론플레이를 할 테고... 이는 더욱더 많은 의사들에게 공분과 의기를 불러일으키도록 기름을 붙는 것일 테니까요.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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