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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교사 성폭행 사건이 '전라도' 탓? 왜 이러나
신안 섬노예 사건 이후 걸려온 전화, 내 대답은 이랬다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 이후 전라도에 대한 공격이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8년전 신안의 섬노예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SBS <긴급출동 SOS 24>의 피디였습니다.
당시 전남 어느 섬의 김 양식장에서 10년 동안 노예 아닌 노예로 살았던 서른 셋 청년의 이야기가 방송을 탔습니다. 그 내용도 충격적이고 파장도 커서 방송 이후 꽤 오랫동안 전화벨이 시끄러웠습니다.
격려도 있고 제보도 있고 까닭없이 분통을 우리에게 터뜨리기도 (왜 우리 더러 그 나쁜 놈들 때려 죽이라고 화를 내시는지 원.....) 하십니다. 대개 전화 받기는 스크립터들의 소관이라 제가 시청자들의 말을 직접 귀에 담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처럼 꽤 큰 이슈가 되면 저 혼자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에도 전화가 울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편집하다가 졸려서 잠시 인터넷 두드리려 놀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았습니다. 한 잔을 여러 번 걸친 듯한 중년의 사내입니다. 제가 피디를 맡은 SBS <긴급출동 SOS 24>의 광팬이고 첫회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봤느니 어쩌느니 공치사 늘어놓다가 갑자기 이 남자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내 전라도 인간하고 상종도 안할 뿐만 아니라, 전라도에서 나는 김도 안 먹을끼요."
종종 머리에 휘발유 뿌리고 성냥을 다발로 그어 뿌리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는데 이때도 그랬죠.
어떻게 대응을 할까 하다가 문득 이 전화가 시청자 제보 전화고, 전화를 건 사람도 'PD의 고객' 시청자라는 생각을 하며 가까스로 희미해져 가는 이성을 확보하고 정중하게 대답을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대답을 위해선 아이템 목록이 필요했지요.
"몇 가지 알려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뭔데요."
"저희 방송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다 보셨다고 하셨죠?"
"아 그러문요. 난 화요일날은 술도 안 먹어. 끄윽."
"그럼 잘 들으십시오. 첫회에 마누라 물고문했던 넘은 경남 00이 고향이고요.
친동생 성폭행했던 엽기적인 넘은 경북 00이고, 엄마 팼던 게임 중독 꼬마는 충남 00,
언젠가 자기 딸 앵벌이시키고 돈 안준다고지 애비 팬 넘은 충북 00...."
"아 네... 저기요...."
"조금만 더 들으실래요?
언젠가 보셨던 그 악질 스토커는 강원도 00, 결벽증 걸려서 애들 손이 걸레가 되도록 걸레질시켰던 나쁜 애비는 충남 00, 그리고 이러 저러한 사건은 서울내기들이 한 짓이고요, 그리고 지난번에 현대판 노예는 경기도 00이었네요. 그리고 마누라가 정신이 돌도록 두들겨 팼던 개차반도 경기도 00, 이혼한 뒤에도 찾아와서 마누라랑 딸을 못살게 굴었던 쪼잔이도 경기도네요. "
"아... 그게....."
"저희가 방송을 안한 것도 다 알려 드릴까요.
친딸 성폭행했던 희한한 종자는 경남 00이구요, 제 부모 쓰레기집에 버리고 고대광실 살던 미친 넘은 부산이네요.
아, 까먹었다. 군대까지 갔다 와서 밥 안차려 준다고 엄마 패던 개새X도 부산이네요."
원래 말이 좀 빠르고 그만큼 발음이 잘 안 되는 형편의 저이지만 이날만큼은 뉴스 앵커도 무색하게 또박또박, 축구 중계하는 라디오 아나운서만큼 재빠르게 '그들의 고향'을 알려 드렸습니다. 술 취한 시청자는 뭐라고 하며 제 말을 끊으려고 했지만 저는 냉정하게 결론까지 내드렸습니다.
"쭉 보니까 저희 아이템 중에 서울 다음으로 경상도가 제일 많네요. 선생님 고향이 경상도시죠?"
아까의 질문에서 "안 먹을끼요...."라는 발음을 간파한 탓입니다. 내친 김에 저는 한 마디 더 내질렀습니다.
"선생님 이제 그럼 뭐 먹고 사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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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물타기?처럼 보일까봐 미리 말하지만, 전 경기도 수원출신에 지금도 수원에서 삽니다.
부모님은 본가는 충청, 외가는 의정부쪽이고요.
수원하면 '살인의 추억'아시죠? 그 시절 살아온 사람입니다.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던지, 사회적 불안이 커지면 집단여론이 폭발할수 있고...
그러다 보면, 문제정리나 해결보다 설왕설래가 많아질수 있죠.
그렇기때문에 신안 교사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이해가 돼요.
제대로 사회가 납득할수 있는 형태의 해결이 됄때까지 그러한 설왕설래는 계속 나올테니깐요.
'그것이 알고싶다'같은 시사 프로그램이 인기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대로 해결이 나기전까지... 사실상 '사회 정의?'라는 것을 요구하게 돼죠.
하지만, 솔직히... 지금 그러한 문제제기와 문제해결에 대한 여론보다는...
은근슬쩍 지역비하가 많이 보이네요. 굳이 나만 보인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아무런 도움도 안돼는 이런 지역비하가... 때때로 재미삼이 설치는거 보이니 걱정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일수록 사건사고가 많이 생기죠.
더군다나, 그 지역에 피해를 주는 사람은 그 지역 사람일 때가 많죠.
경기도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그 가해자가 어느 지역일 가능성이 클까요?
서울에선요? 경상도에서 나는 사건 사고 가해자는 어느 지역 출신이 많을까요?
이번 신안 교사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역시 마찬가지죠.
사건의 해결이나 문제제기에 대한 정당한 의견은 환영받을만한 부분이지만,
자기 꼴리는대로 지껄이는 지역비하는 피해자나 지역주민들에게 2차피해를 주는 또다른 가해자로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