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지성계를 규율하는 이성의 권한으로 신, 세계, 영혼의 존재가 들어와야 한다고 했었어요. 칸트가 나약한 사람일까요?
마치 종교와 관련해서 잘못된 상식은 맑스의 '헤겔법철학비판서설'만 보고 '종교는 아편이다' 식의 대단히 공산주의적 냄새가 나는 걸 취한다는 겁니다. 지적하신 나약한 정신은 인격신을 따를지 모르지만 이런 정신을 나약하다고 공격하는 사람이 과연 모든 신앙과 믿음에서 떨어져있느냐 묻는다면 글쎄요라는 답변밖에 없을겁니다.
서양중세가 신의 대위로 현실사회를 조장했다면 근대는 신 대신에 정치, 경제라는 인본주의가 신학을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마치 사람들은 정치, 경제라는 것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의 내용이자 대단히 과학적인 무언가로 인식하고 그것에 믿음과 신학과 관련없는 것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원래 경제는 정치의 내용으로 (왈라스-파레토에 의해서 수리경제학이 등장하면서 현대경제학이 마치 이런쪽으로 가고 있어서 원래 경제학도 이런식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많음), 정치는 중세신학의 문법에서 개념들을 빌려왔습니다. 본래 주권과 법, 평화와 전쟁의 관념들은 전부 신학용어들이에요.
게다가 한가지 재미있는건 신과 믿음과 관련없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의식에서 '경제'를 논할때 '자본' '생산' '유통' '상품'이라고 하는 개념들이 아무런 비판없이 지나가지만 이는 경제학자, 사회학자들에 의해서 어떤 사물이 사회적인 노동을 거쳐 '상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순수 논리적으로 따지는게 아니라 키에르케고르(덴마크신학자, 철학자)의 '신념의 도약'이라고 하는 대단히 종교적인 색채로 떠듭니다. 실제 우리네 생활이 그렇게 비종교화, 무신화된건 아닙니다. 단지 인격신 대신에 다른 페티시즘을 따르고 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