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라 발제 좀 합니다만...
대학생이던 시절, 할머님이 역곡역 부근에서 고모와 함께 사셔서 인천에 갈 때 일입니다.
경인전철을 타고가는데, 구로역을 지나갈 즈음 여학생 한명이 얼굴이 빨개져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지 하고 뒤를 보니 키는 작지만(저보다 얼굴 하나 차이가 났음), 나이가 한 30즘 되어보이는 남자가
그 여학생의 엉덩이를 정말 끈적하게 만지고 있었다는...
순간 의협심이 발동해서 그 남자를 밀치고, 그 여학생에게 공간을 만들어주었는데,
이 남자가 저에게 비키라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계속 치는 겁니다.
이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를 떡주무르듯이 만지는데도 여자가 가만히 있으니 횡재했다 싶었는데,
제가 제재를 하자 그 아쉬움에 집착의 정도가 무척 강했던 것 같았습니다.
계속 옆구리를 치는데 화가 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상대 남자를 강제 제압해서 바닥에 쳐박아놓고, 주변 사람들한테 신고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두 정거장 가니 경찰이 신기하게도 제가 서있던 출입구에 두명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그 남자를 끌어내리고 그 여학생더러 증인이 되어달라고 소리쳤는데,
아~ 글쎄 그 여학생은 온데간데 없더군요.
그때의 허망함이란 정말 이루 말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말하기를, 이대로 경찰서 가면 제가 폭행죄로 처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없던 것으로 하는 게 유리하다구요.
그 남자한테는 당신이 이 사람(저)을 고소하면
우리는 그 여성의 행방을 찾아 당신을 처벌하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순간 그 경찰분의 지혜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 경찰분의 기지로 그날 일은 없던 것으로 하고,
또 경찰관 분이 이대로 보내면 저와 그 남자가 싸울 거라며,
저를 먼저 보내주고, 그 남자를 잡아두고 있었습니다.
제가 출발을 하니 경찰관이 그때서야 전철도 출발시키더군요.
요즘은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이 이렇게까지 처리해줄까 하는 의문도 들구요.
반면에 또 이런 걸 목격하고 도와줘도 피해버리는 여성의 심리상
과연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제가 한 행동이 괜한 오지랍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