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중 여론이 나쁘니까 이를 활용해서 엘지를 아예 매국 기업으로 몰고 가려는 선동세력이 좀 있네요.
업계관련자, 그중 최고 경영진에게 들은 몇 가지 팩트로 의견을 제시해 봅니다.
당연히 예상하겠지만 처음 화웨이장비를 사용하려고 했을 당시만 해도 엘지는 미국과 중국의 문제가 이렇게까지 첨예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엘지의 단점 중 하나가 의사 결정구조가 굉장히 관료적입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비슷하지만 엘지는 그 정도가 좀 심합니다. 무능한 임원도 의사 결정에 관여할수 있고 능력이 이미 판명되어도 쉽게 자르지 않아요. 좋게 보자면 인간적인데 나쁘게 보자면 무사안일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웨이의 심각성이 전달되지 않고 실무진의 경영학적인 요인, 실무적인 데이타만 위로 보고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무적 데이타, 즉 화웨이장비의 경영상의 메리트는 수치적인 내용이므로 거의 그대로 위에 전달되었을 거라는 겁니다.
관계자가 아니면 5G장비에 있어서 화웨이의 메리트가 전혀 와 닿지 않을 겁니다.
LG는 아니지만 세계 최고 네트워크 업체 임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LTE든 5G든 장비 가격이 경쟁사 대비 최고30-40% 저렴하다고 합니다.
무선 네트워크 이동통신처럼 대규모 장치사업에서 이 정도의 가격차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장비가 성능이 떨어지느냐? 경쟁사 대비 10% 이상 우수하다고 합니다.
작년 LG U+ 부회장이 주장한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5G가 낼 수 있는 이론상의 최고 속도를 거의 그대로 구현했고 당시까지, 아니 지금까지 5G의 이론상의 속도를 그대로 낼 수 있는 장비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비교우위는 벤치마킹하면 바로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AS 입니다.
에릭슨이든 퀄컴이든 혹은 노키아든 우리나라 내에서 AS는 엉망입니다. 네트워크 사업 관련자가 있다면 한번 물어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장치에 오류가 나서 작동 불능이 되어도 AS는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안정화될 때까지 실용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본사에서 엔지니어가 오기 전까지 한국 지사는 거의 점검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본사에서 엔지니어가 오는 건 빨라야 일주일 후입니다. 이 시간이면 한국 통신사 입장에서는 거의 지옥을 경험하는 겁니다. 본사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조급증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얘네들 왜 이래? 이런 식의 반응입니다.
화웨이는 오늘 오전에 AS 요청하면 그날 저녁에 기술진이 도착합니다.
그것도 노키아처럼 한 명이 아니라 떼거리가 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경우 다음 날 아침까지 무슨 수를 쓰던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LTE 장비에 있어서 우리나라 업체의 경험담입니다. 5G AS는 이보다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게 아마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이라서 가능한 행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경제학적, 경영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이만한 협력업체는 없는 거죠.
LG는 지금 어마어마한 패착을 둔 것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LG가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업계 관련자들, 특히 이공분야 전공자들은 대부분 이해 한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실무적인 관점이 아닌 정치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정말 큰 악수를 둔 겁니다.
이게 어찌 풀릴지 모르겠지만 LG의 선택이 왜 그런 것일지 이해 못하는 분들을 위해 몇 글자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