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충격과 실망 --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오늘 보니 24만 9천 명을 훌쩍 넘었다. 청원자는 "누군 대학 등록금 내고 스펙 쌓고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싶었는 줄 아냐, 이건 평등이 아니다. 역차별이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 사건의 진행 상황을 보고 나는 충격을 심하게 받았다.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상식이 어떤 것인지 적나라하게 노출이 됐기 때문이다.
공부를 죽어라 해서 시험 점수 잘 받아 놓고 대학 졸업장을 받아 놓고, 그런 '서열'에 따라 사람이 받는 연봉 등의 대우가 결정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
그러한 '서열'이 도전 받으면 이 사회는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우리 젊은이들의 의식이었다는 뜻이다.
조선시대에 입신양명이란 다들 알듯 과거를 보고 관료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음서 제도도 있었다만.)
그런데 관료의 TO 수는 제한돼 있었다. 매해 늘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흔히 과거에 급제하면 바로 관료가 되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지 않았다. 장원이 아닌 한, 인원 적체가 워낙 심해서 '채용'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게 후기로 갈수록 더더 심해졌다.
과거 급제자 중 '대기 발령자'가 대부분이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지방 정부는 더 문제가 심해서, 향리들의 경우 아예 급여가 없었다. 이들은 이른바 건 by 건으로, 고을 사람들의 일을 처리해 주는 데에 따라 십시 일반 곡식 등을 받았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이렇게 '급여 없는' 지방 정부 관료들의 문제가 심각해 지고 수탈이 일어나기 시작, 삼정의 문란과 함께 국가 경영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른다.
자본주의 경제가 그 이전의 봉건 경제와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찾아 팽창한다는 점이 달라진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어떻게 해서든 새로운 시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 시장에 투자를 끌어들이고 기업을 벌이고 고용을 하고....... 그것이 또다른 수요를 촉발시키는 식으로 회전한다.
그 이전의 경제와 달리, 전체 파이를 계속해서 키우기 위해 달리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즉, 경제 주체들의 '패기'와 '도전'이 없이는 자본주의는 회전하지 못한다. 돈도 자리도 만들어지지 못한다.
지금 미국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분야는 컴퓨터 과학쪽이다. 수학, 프로그래머, AI, 로보틱스쪽 분야에 엄청나게 많은 인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다. 테슬라와 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역시 젊은이들을 끌어들인다.
그런가 하면 지금 중국의 젊은이들은 모두 알리바바의 창업주.마윈처럼 되고 싶어 난리들이다. 창업 과열이 문제라 할 정도로, 유니콘 기업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물론 모두가 마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의 경제 활동과 스타트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일본은 이미 늙어버린 나라라고 우리한테도 무시받지만, 쓰러진 건 결코 아니다. 여전히 강하다. 한국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건 재벌 3세들이다. 그러나 일본 드라마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건 기술을 열심히 연마해 '장인 정신'으로, 작아도 단단한 중소기업을 만드는 견습공들이라고 한다. 기술이 일본을 만든다는 신념을 청년들이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은 지금 과연 무엇을 꿈꾸는 걸까? 어떤 신념이 그들을 지켜주고 있는 건가?
"나는 안정되고 보장된 '정규직' 연봉 받고 싶어서 공기업 입사 공부 죽어라 하고 있는데, '보안 요원'으로 들어온 애들이 정규직이 되면 나는 뭐가 되냐?"
이런 사회 잘못됐다고 분노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진단 말인가? 심각하지만 단지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전체가 도전과 패기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니......
망국을 향해서만 달려가던 후기 조선 사회의 모습과 지금 이 모습이 무엇이 다른 것인지 나는 구별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