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2000년 대 초까지만 해도 일제는 알아줬어요.
일본 출장가시는 지인들 가실 때 뭐 사다줄까? 항상 물어보시구요.
몇몇 분들 하시는 말씀 다시하는 거지만 그 당시 일본은 따라가야할 롤 모델이었고
조금이라도 넘어서는 부분 (예를 들면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축구와 같은 스포츠 분야라도)
이 있으면 대대적으로 알리고 거기에 열광했지만
지금 남은 것은 빈 껍데기 뿐이라고 봐요.
지난 글 보니까 일본에 배울 것이 시민의식이라고 말씀하시던데 한동안 배우자~ 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진나서 구호물품 받을 때도 줄서고, 튀지 않게 차근차근...
저 역시 처음엔 교육된 그리고 스스로 인지해서 교정을 통한 의식의 발현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그저 문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육을 통한 의식의 변화가 아니라 지배계층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에 따른 문화적 측면이 더 강해보이더군
요. 저런 문화에서는 변화가 힘들죠.
더불어 배우자라고 얘기했던 것 중에는 장인정신도 있죠.
우리나라처럼 자식에게 돈 될 것 소위 뜨는 직종을 잡아라가 아니라 대대로 물려오는 가업이니 니가
무슨 일을 하던 이걸 이어받아 계승해 나가야 한다라는 의식.
그런데 그런 것들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적 상황과는 전혀 맞질 않아요.
두들겨 부수고 깨는 파격과 바뀌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에
일본은 배울 것 보다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만 주는 꼴입니다.
일본 경제 무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빼도박도 못하는 꼬라지까지 오게 된 이유가 대외적인 변수도 있겠지만
사회문화적 요소가 크다고 봅니다.
경제적 요건만 좋다고 발전하는 것 아닙니다.
이란만 봐도 경제적 환경이 좋다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근대 중국만 봐도 아무리 최신식 북양함대를 만들어 놨어도 일본에 포조차 제대로 쏴보지 못하고 침몰했던
것이 경제적 이유 뿐만은 아닙니다.(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서태후가 이화원 만들고 이홍장 견제한답시고
북양함대 포탄 조차 없어서 연습도 못하고 배만 덩그러니 있던 상태)
일본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있어 롤모델이 되지 못하고 또한 주도국 혹은 패권국으로써의 자질 조차 부족
합니다.
가진 게 있을 땐 급진적인 변화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의 문화적, 사회적 경향을 볼 때 그런 경향은 더욱 견고해지고 그저 침몰 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