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방' '비인기과' 교수입니다.
2020-08-26 15:01
막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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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지방' and '비인기과' 교수입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왔던 사람들과 딱 같은 세대고,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드라마에서의 낭만 같은거는 1%도 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학문적으로 흥미가 있는 원하는 과를 선택하지도 못했고, 배우다 보니.. 어찌되든 배운거 써먹고 싶어 이 바닥을 팠고, 파다 보니, 지금의 대학에서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점에서 어필이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환자나 수술은 내 몸 돌보기 힘들정도로 충분히 많고,그럼에도 여전히 과에 대한 학문적 재미는 없고, 돈벌이가 만족스럽게 좋은 것도 아니나... 단지 가끔 여기 저기 논문 통과되면 하루 이틀 정도 기분 좋고.. 환자를 치료했다는 보람을 느낄 잠깐의 여유 보다는 하루하루 큰 실수 안했다는 안도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긴장감의 연속 외줄타기 인생이죠. (아직 큰 실수를 안해봤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정말 심플합니다.
지금 힘든 내 몸 도와줄 후배 및 제자가 많이 생기면 두팔 들고 환영해야 되는게 마땅한 제 입장에서도..매년 의사 1000명 10000명 늘려도..현 상태에서라면..우리 과를 선택할 후배 및 제자는 늘지 않을거란 생각이 '확고' 하기에.. 당연히 "강력 반대"입니다.
대부분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비인기과 의사들도 마찬가지 생각일겁니다.
정부측 발상이 매우 뜬금 없다 생각하고, 이 시점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방" & "비인기과" 교수 입장에선 의문만 가득하죠.
정말 "천룡의대"를 위해서라면 너무 유치하여 상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현상황과 관련된 옳고 그름에 관련된 글들은 지겹도록 많아 보여.. 여기서 또 쓸 생각은 없습니다.그냥 계속 거론되고 있는 "지방" & "비인기과" 교수 가 현상황을 어찌 생각하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암환자에 대한 수술, 항암치료가 전문 분야이나, 제가 속한 기관 (메이저 병원이 아니면 마찬가지죠.)의 특성상, 우리 과와 관련된 모든 질환을 다 봅니다.
"의사 수의 증가"가 "지방" & "비인기과" 의사확보의 해결책이 아닌 이유를 써볼까 합니다.
먼저..제가 진료를 볼 때 환자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린 공동 운명체고 같은 배를 탄 것입니다" 느끼하게 워딩 그대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이런 의미의 말을 자주 합니다. 제가 의학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환자에게 애뜻한 감정을 느껴서가 아닙니다. (감정적인 접근은 오래전에 사라진 것 같습니다.) 저와 관계가 지속될 환자가 "내가 아는 지식"으로 "내가 원한 방향"의 해결이 안되면 이것처럼 골치 아픈 상황이 없습니다. 꿈에서도 시달릴 정도죠.
이상적인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혹은 나의 지식이 부족하여, 환자가 힘들어지면, 치료하는 의사도 고생합니다. 반대로 의사가 불편하면, 환자의 치료 결과도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배를 탄 것" 입니다.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힘들지 않기 위해서도, 현 시점에서의 가장 올바른 치료를 알고, 그것을 시행하려 노력합니다. 돈 많이 벌고 싶어하는 의사, 유명해지고 싶은 의사.. 다양한 의사가 있을 것이고,각자의 실력도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의사는 저와 같은 생각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진료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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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수의 증가"가 "지방" & "비인기과" 의사확보의 해결책이 아닌 이유
1. 거액의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
이와 관련된 별별 자극적 언론보도가 다 나오죠.
봉직의의 연봉은 아주 정직합니다. "그 만큼" 벌어야, "그 만큼" 받습니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병원 운영진이 땅파서 의사에게 "거액의 연봉"을 주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환자가 적을 수 밖에 없어 충분한 수익을 올리기 힘든 비인기과 의사가 채용되었다면, 그 의사는 필시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다른 일을 추가하여 돈 값을 하길 강요 받습니다. (응급실 야간 당직 등등) 지방이든 서울이든, 인기과 비인기과 모두 떠나, 내 전문 분야 진료를 통해 내 몸 값 이상으로 못 벌면, 무엇을 해서든 병원 운영진에게 돈 값해줘야, 안짤립니다. 그거 할 능력이 안되는 사람은 못할 일입니다.
병원 운영진을 비난하는게 아니라, "버는" 만큼 "주는" 것은 아주 상식적인 일입니다.지방에서 많은 돈을 받은 의사가 있다면, "지방"이라 많이 받은 것이 아니라 "돈 값을 해서" 많이 받은 것입니다.의사는 지방가면 가만 앉아 큰 돈 벌수 있는데도, 배가 불러 안가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 듯 보여 써봅니다.
2. 이미 경쟁에서 탈락한 수련의(인턴)도 비인기과는 지원하지 않는다.
T/O를 채우지 못한 "비인기과"가 있는데도, "인기과"의 경쟁에서 탈락한 인턴은 입대 혹은 전문의 포기.. 더 나아가, 다른 병원에서 다시 인턴부터 시작하기를 선택하지... 지금 비인기과 전공의가 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요즘 어린 것들은 힘들지 않은 일만 하려 한다"는 식으로 이런 현상에 접근하면 안됩니다. 그냥 그들에게 보이는 현재 "비인기과 의사"들의 모습이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걸기에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이죠. 보통 나이 서른씩 먹은 아이들이고, 사리 판단 충분히 잘 할 친구들입니다.
3. 의료 행위는 의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일을 하지만, 제가 외래 진료 보고 입원 및 수술할 때 관여되는 인력을 생각해봤습니다.
교수 (나)
외래 조무사 1-1.5인
검사 위한 외래 간호사 1인, 인턴 1인
채혈실 직원
혈액 및 소변검사 위한 진단검사의학과 직원들
영상의학과 방사선 촬영사 (X-ray, CT)
영상 판독위한 영상의학과 교수, 전공의
마취 위험 평가 위한 심장, 호흡기, 신장, 내분비, 등등의 내과 교수와 관련된 조무사, 간호사, 이에 대한 검사 위한 전공의 포함한 인력.
입원기간중 병동 간호사.환자 이송팀 인력
수술위한 마취과 교수 및 전공의 간호사.
수술위한 수술간호사 2인. 과 전공의
병리(조직) 검사 판독 위한 병리과 교수 및, 검체 처리위한 병리과 직원.
원무과 직원들
제가 떠올리지 못하는 인력이 더 있겠죠. 시설 정비 관련, 청소 관련 직원분도 있겠고..아주 아주 기본적인 인력만 따져도 이렇습니다.
(물론 저만 전담하는 사람들은 아니나, 제 환자들이 저들의 고용 이유 중 일부가 될 것이며, 저 역시 저 분들이 잘 도와줘야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제가 원하는 수준의 각종 장비.. 및 시설이 갖춰저야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저 정도의 의사를 채용하고 제대로 써먹기 위한 조건이 이리도 까다롭습니다.
이런 조건이 안되는 곳에서 저한테 거액의 오퍼를 하면, 전 안갑니다.왜냐면, 내 능력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서 돈값을 하도록 강요 받을게 빤하니깐요.
제 아래 교수 한명 더 채용해주면 참 좋겠습니다. (공고가 나도 올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하지만. 그 교수를 채용하기 위해선, 그 친구가 좋은 워크에씩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지금 이상의 인력 및 장비, 시설의 보강이 필요합니다.
제가 무급으로 일할테니, 교수 한명 늘려달라 해도, 병원 운영진에서 저 조건을 다 갖춰 인력 및 장비 시설 추가 투자하면, 득이 될 지 계산이 안섭니다.
4. 지방 환자는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서울로 갑니다. 거기에 지방 인구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진단은 서울대에서 받고, 수술은 아산에서 받고, 회복은 삼성에서 해라" - 속담 같이 쓰이는 말입니다. 길게 쓸 이유가 없습니다. 지방 병원은 이용하면 안된다는 수많은 (댓)글들 많이 봐 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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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단순히 의사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지방" and "비인기과' 의료 인력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1. "비인기과" 말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련의(인턴)들이 늘더라도, 현 상태의 "비인기과"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2. 혹시나 그들 중 일부가 "비인기과" 전문의가 되더라도, 지방 환자들은 모두 서울로 가버리기 때문에, 그들이 지방에서 일하기는 어렵습니다.
3. 지방 환자들이 서울에 가기 싫더라도, 지방 병원에서는 투자 비용의 회수가 안되기 때문에 비인기과를 개설하지 않습니다.
4. 혹시나 개설 하더라도, 돈벌이가 안되기 때문에. 비인기과 의사에게 다른 형태로 수익을 올리길 강요 합니다.
5. 그러므로, "지방" and " 비인기과" 의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6. 따라서 아무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한 반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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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 "비인기과" 의료 인력 문제는...
"의사 수 증가"는 절대 해결책이 아니고,
의료 수가를 몇 퍼센트 올리는 것 "단독"으로도 해결 불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사회 경제 교육의 전반적인 "수도권 집중화"를 막을 대책이 서야하고, "국민 인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의료의 수도권 쏠림을 개선하기 위해, 적자를 감소하더라고, 지방의료원 및 보건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고 하면, 내 아랫사람이 충원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쓸 수술방이 느는 것도 아니지만..충분히 지지합니다.
지금의 공공의대 건립을 통한 의사 증원 문제는 선악을 구분하기에 너무 심플한 문제라..
논쟁이 되는 이유 조차 모르겠습니다.
http://mlbpark.donga.com/mp/b.php?m=user&p=1&b=bullpen&id=202008300046927367&select=&query=&user=dancingmutal&site=donga.com&reply=&source=&sig=h4a9GY21i3HRKfX2hgj9Rg-Yjh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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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의사들 자기입장에서만 자기이익을 위해 주장하는 글(수가인상)이겠구나 예상하며 읽었는데..그냥 현장상황과 공공의료를 확충하더라도 다른방식로 해야한다는 가치중립적인 글이어서 현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아서 퍼왔습니다.편견을 버리고 읽으시면 좋겠습니다.정치적목적은 거의 1도 없어보이니까요.(수가도 본질적해결책이 아니며 천룡의대음모론은 유치해서 언급할가치도 없다는 부분을 보면 아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