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글이 선연하다. 이 입간판은 포항 운제산
대왕암 앞에 서 있다. 천자봉으로 불리는 대왕암 오르는 길은 해병대의 상징적인 훈련 코스다. 신병들은 천자봉 행군을 마쳐야만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 수 있다. 천자봉 행군은 해병의 혼이다. 천자봉 앞에서 해병은 진짜 사나이로 다시 태어난다.
‘진짜 사나이’들은 아직 해병대엔 가지 못했다. MBC는 해병대에 조금 어수룩한 사내들을 보내 진짜 사나이로 만들기 위해 몸이 달아 있다.
사장이 직접 나서거나, 예능 책임자가 다양한 루트로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직은 허사다. 이영주 해병대사령관이 세 가지 조건을 내건
것이다.
그 첫째가 천자봉 행군이다. “천자봉 행군은 해병대 창설 이래 해병이면 반드시 거치는 전통이니 출연진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건은 삭발이다. “해병처럼 옆과 뒤 머리를 팍 쳐 올려라”다. 셋째는 “오디션은 안 된다. 리얼로 하자”다. 세 가지
조건의 의미는 간명하다. “해병은 실전의 용사다. 예능을 한다면 최대한 제대로 하고, 진짜처럼 해보자”는 거다.
MBC는 3대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예능은 예능일 뿐”인데 너무 정색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 지점에서 양측은 충돌한다. 해병대
사령부의 우려는 심각하다. 출연자의 엉뚱한 몸짓이나 웃자고 하는 언행이 해병대의 진짜 속살처럼 비치면 나사 빠진 군대가 되기 십상인 것이다.
군대가 웃음이 넘치는 곳이어야 하겠지만 군기가 엄정해야 하는 곳 또한 군대다.
이영주 해병사령관은 엊그제 15일 창설 65주년 기념식에서 “적이 도발하면 조금도 주저함 없이 신속·정확· 충분히, 무자비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병대만은 예능의 침투로부터 지켜주는 게 좋겠다. 재미있는 해병도 좋지만 우리에겐 귀신 잡는 해병의 전통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해경은 모르겟어도 해병대사령관이 저런모습보여주시니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