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이 정부 장례지원단의 관료적 태도에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정부의 늑장대응과 부실한 구조작업에 지친 유족들이 안산을 비롯한
각지 분향소에 걸린 현수막 문구 가운데 '생존' '무사귀환' 등의 단어는 현재 상황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정부 장례지원단에 수정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내 아들딸들아 보고 싶다' '성금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생명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었습니까' '왜 왜 왜 구조가
늦춰졌습니까' '정부는 거짓말을 그만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어깨띠 제작을 요청했다. 또한 전국 분향소에 걸린 '실종자들의 생존과
무사귀환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 대책위에서 제시한 문구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장례지원단은
문구를 문제 삼으며 결정을 미루다, 결국 이들이 장례지원 취지와 맞지 않아 지원할 수 없다고 유족에 알렸다. 피켓 등은 집회·시위 용품으로
장례지원 취지에 맞지 않으며, 현수막 역시 유족 측이 제시한 문구들이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분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유족들은
결국 사비를 털어 직접 제작한 피켓 등을 들고 1일 오전 10시께 진도로 향했다. 장례지원단은 '장례지원 업무와 연관 없는' 버스는 지원했다
문구를 '검열'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해 "어떤 문구가 되고 안 되는지는 지금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며 "어디까지나 희생자를 애도하는
수준의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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