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령에게 뭐 물어보고 싶은지 알아? '우리 애들 죽음은 타살입니다. 인정합니까?' 대답 안 해 주겠지."
김씨는 "대통령 오면 진짜 물어보고 싶은 말이 뭔 줄 아냐"며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펼쳐보였다. 파란펜으로 질문 세 개가 적혀있었다.
그는 "청해진해운, 관리감독업체, 정부의 늑장구조, 구조방치에 의한 애들의 죽음은 타살"이라며 "'타살입니다. 인정합니까' 이렇게
묻고 싶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물어도 답은 안 나오겠지. 나올 리가 없지"라며 "고의든 어떻게든 간 타살"이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부에서 인양이야기를 다시 꺼내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김씨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실종자가 20명 이내로 줄어들었을 때"라며 "(가족들의) 힘이 분산되고 약해져서 결국 정부에 끌려갈 텐데, 마지막 한명까지 구조
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 한명까지 구조 약속할 수 있습니까." 이건 그가 하고 싶었던 두 번째 질문이다.
함께 담배를
피던 또 다른 실종자 아버지 이씨(가명)는 박 대통령의 방문에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진작 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가
청와대 간다고 하고 했을 때 안 오지 않았냐. 막았지 않냐"며 "정부는 어차피 세월은 흘러간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제는 인원이 적으니 이대로 끝내버리려 할까 걱정"이라고 다시 담배를 물었다.
다른 실종자 아버지는 "경찰들이 깔린 것을
보고 대통령이 오는 구나 했다"며 "이젠 브리핑이다 회의다 모여라 이 자체가 싫다. 가봤자"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씨는
매번 반복되는 이야기, 대책회의라곤 하지만 나오는 대책은 없는 이 상황이 고통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팽목항에 가지 않은 까닭도
이것이다. 마땅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담배라곤 가까이 해본 적 없던 그는 사고 후 진도에 내려오면서부터 흡연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5분께 팽목항에 도착, 가족들과 40여분간 대화했다. 이어 시신확인소에서 시신을 직접 본 후 오후 1시께 자리를
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달 17일 이후 두 번째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