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절은 그렇게 단순히 받아들일 게 아닙니다.
고대 인도인들이 생각했던 인과율의 질서를 단 한 구절, 단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한 것입니다.
화엄경에 나오는 구절이죠... 전 이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끼쳤습니다.
저게 왜 그토록 대단한 구절이냐?
머릿속에서 상상해 보십시오. 그 구슬 중 하나에 점을 찍는 장면을요.
점을 찍는 그 즉시 그 점은 이웃한 구슬들에 반영될 겁니다.
그리고 그 이웃한 구슬에게, 또 이웃한 구슬에게... 그렇게 해서 수십억 개의 구슬 중 제일 마지막 구슬에까지.
그리고 그 모든 형상들이 다시 원래의 구슬에 비춰질 겁니다. 그리고 그 형상이 다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거의 찰나(이것도 불교 용어죠)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이 모든 과정을 이루 다 좇을 수가 없습니다.
인과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행위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그것이 되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인간의 인식 능력으로는 이루 다 추적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화엄경에서 설하는 이 세상은 수십억 개의 구슬이 서로를 비추는 형상이며
우리가 그 세상 속에서 행하는 모든 일은 그 구슬 하나에 점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얼마나 번잡한 설명입니까? 반면에 저 이미지는 얼마나 간명하고 통찰적입니까?
인도 수학이나 철학에 대한 글을 읽을 때마다 도대체 인도인들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었나 싶어집니다.
아니, 화엄경이면 불교의 숱한 경전 가운데서도 첫 손에 꼽을 만큼 기본이 되는 책입니다.
구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불교라고 장사를 안 하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특정 출판사에서 나온, 특정인이 주해 또는 강석한 화엄경이 절판되었다는 얘기라면 모르겠지만요.
궁금하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알라딘이나 네이버책 검색해 보세요. 얼마나 주루륵 쏟아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