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글이 단순한 표음문자도 아닙니다. 훈민정음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음에는 인간의 구강구조를 본따 소리의 근본을 세웠고 모음에는 세상의 이치와 철학이 담겨있죠.
물체의 형상을 본딴 한자와 비견될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고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인위적으로 창조되었다는 면에서 그 희귀성과 가치는 대단하죠.
제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별로 좋게 보지 않지만 훈민정음은 정말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고수부지가 괜히 둔치로 바뀐 게 아닙니다.
정부에서 정책을 세우고, 계도하면 되는 거예요.
'읍니다'가 왜 갑자기 '습니다'가 됐을까요? 정부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고, 교육현장에서 그렇게 가르치니까 '읍니다'가 '습니다'가 된 겁니다.
그리고 집에 전구가 나간다든지 뭐가 부서진다든지 하면 제가 직접 부품을 사서 고치는데요. 라이팅이라고 쓴 조명업체는 한 군데도 못봤습니다.
방금 네이버 지도에서 제 집 근처에 있는 조명업체를 검색해봤는데, 반경 3키로 안에 '라이팅'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상호를 가진 곳이 딱 한 군데 나오는군요(그나마도 저희집에서 2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업체). 그 외에 'XX엘이디'라는 곳이 한 군데 있고, '조명전기', 'XX조명' 이렇게 쓰는 곳이 몇 군데 나옵니다.
그리고 불알이란 건 북한에서 쓰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당장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이런 게 위에 언급한 '언어의 사회성'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백열전구라는 단어에 익숙해져있고, '불알'이란 단어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기에 바꾸기 힘든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정부에서 계도하거나, 혹은 사회 근간에서 바꾸자는 운동이 일어나면 충분히 바뀔 수도 있어요. 다만 정부도, 일반인들도 현재 쓰는 단어들에 익숙해져있고, 그 단어들을 쓰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일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