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한자 세대입니다.
당시의 신문은 가로쓰기가 아니라 세로쓰기로 발행되던 시절이고
한글 옆에 괄호를 치고 한자를 써넣던 시절이 아니라, 그냥 한자만 씌여 있던 시절입니다.
한자를 처음 배운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서였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한자를 스스로 공부하게 된 것은 중 2 여름방학 때
집에서 삼국지를 읽으면서 한자 공부를 저절로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집에 매우 두꺼운 한권 짜리 삼국지가 있었는데
세로 쓰기였고 이단 편집되었으며 활자 크기도 작았습니다.
그러니 한 권에 삼국지 내용이 다 들어가 있었겠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명사는 한자로 표기되고 그 옆에 괄호를 치고 한글로 토를 달려 있었습니다.
그 책을 방학 내내 읽으면서 일단 한자를 읽는 것이 가능해졌고
궁금한 한자의 뜻은 집에 있던 매우 두꺼운 옥편을 뒤져 가면서 익혔습니다.
그 옥편에는 해당 한자의 각종 용례가 다양하게 적혀 있었고
관련 사자성어 등도 많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방학 내내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더니 나중에는 한자로 적혀 있는 각종 서적이나 신문을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더군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한자 시간에 수업을 받는데, 남들에 비해 한자는 거저 먹은 편입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한자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익혀둬서 손해볼 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한자를 알고 있으면, 그와 관련하여 그만큼 더 눈에 들어오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혹시 백미 (白眉)의 뜻이 뭔지, 그리고 그 유래가 뭔지 아십니까?
계륵 (鷄肋)의 뜻이 무엇이고 그 유래가 뭔지 아십니까?
알게 되면 그 만큼 내 세상이 풍부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