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甲乙)질이 뭘까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는데,
대부분 자연경쟁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바람에,
서양은 안그런데, 우린 왜 이러나,
우리가 되게 못돼 쳐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 결론은 동양사상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더군요.
동양사상은, '사람을 포함한 만물을 유기적 관계'로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상의 어그로가 있다면,
똥싼놈 ↔ 맡은놈
똥싼놈이 있기에, 맡은놈이 있다. ( A → B )
라고 볼 수도 있지만,
유기적 관계에선, 맡은놈이 있기에, 똥싼 놈이 있다.( A ← B )
하는 시각도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하는 문제는 남겠지만요..
암튼 동양사상에 의하면,
싼놈과 맡은놈은 한쌍이라는 거지요.
음과 양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끈적 끈쩍한 관계에
놓여져 있는 것입니다.
그럼 맡기전의 싸지른 그건 뭐냐?
그건 아직 똥도 아니고 된장도 아닌 스프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 과학에서 말하는 상보성 원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아래
다잇글힘의 댓글을 함 참고해 보세요. )
반면, 서양은 오로지 ' 원인 → 결과 ' 이것 하나만이 가능하죠.
그래서일까, 인간(결과물)이 신(원인자)에게 개기다 불에 꼬실려져 왔던게 사실이고,
타임머신을 탄 결과물이 원인자를 제거하는 일도 허용되질 않고 있습니다.
아, 이게 중요한게 아니구, 포인트는 따로 있습니다.
서양의 원인(甲)은 '세상을 초월한 독립된 어떤 관념'이 차지를 했던 반면,
동양은 사람을 포함한 만물이 원인(甲)이며, 곧 결과(乙)였다란 것이죠.
* 원인과 결과가 곧 甲乙질(주종질) 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인과율(관념) × 자연경쟁? = 甲乙질? : 엉터리 식이지만
대충 이런 관계로 이해하면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甲乙질은 서양의 시각(사람을 포함한 만물은 乙의 위상)에서,
동양(사람을 포함한 만물은 甲乙의 위상)을 바라볼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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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댓글이 늦어졌네요.
그리고 뭔소리일까, 댓글들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ㅎㅎ
甲乙질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않고,
글을 마구 써내려간 제 잘못이 큽니다.
동전을 '무한히' 던져가면 동전의 앞뒷면은 평등한 위상(1/2)을 갖게 되겠죠.
하지만 '매순간'은 불평등한 위상(1 아니면 0 )입니다.
이 불평등한 위상을 '甲乙관계'라고 생각하고,
행위화 될 때 '甲乙질'이라고 하였습니다.
몇몇분들은 제대로 접수하신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이 산업화, 자본화 이후에 생겨난
'천박스러운' 甲乙질을 떠올리셨던가 봅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보편적인 시각임을 저도
뒤늦게 눈치챘습니다. 하긴 제목을 저따위로 써놓고,
아무런 설명도 없는데 그런 오해를 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ㅎ
그럼 제대로 접수하신 분들에게 ,
여기서 간단한 저의 의견을 피력해 보겠습니다.
저라고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서양이라고 해서, 이러한 자연의 법칙이 빗겨갈리는 없습니다.
주댕이론 되게 평등한 척 굴어도,
甲乙질을 떨어줄 땐, 또 확실하게 떨어줍니다.
다만, 동양은 '무한히'라는 시각에서, '매순간의 불평등'을 바라보며,
그것을 극복해 온 반면, ( 돌고 돌아 언젠가 보상, 안되면 다음생애에 보상 )
서양은, 매순간의 시각에서, '매순간의 불평등'을 '즉각적 보상'으로 극복해 왔다는 거죠.
시간관념도 되게 철저합니다. 저도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몰라요.
'무한히'라는 시각을 직접적으로 취하는 걸 불경스럽게 여긴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신의 시각이기도 합니다. )
즉각적 보상이란, '동양의 늘어진 보상'의 상반 개념으로 정의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갑질을 떨 때마다 계좌에서 즉각적으로 돈이 빠져나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그게 갑질이 될 수 있을까, 을질이 될 수 있을까?
제가 생각하기엔 그냥 정당한 거래로 보입니다.
하지만 '늘어진 보상계'에서는 어떨까요?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하는 식이 되겠죠.
뺨을 맞다보면 세게 맞을 수도 있는 거고,
한강에서 터무니없는 화풀이를 하게 될 수도 있는거고..
혹은 전혀 보상을 못받을 수도 있구요.
당연히 누군가는 매순간의 불평등함이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실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갑질과 노예짓이란,
미래를 담보로 하는, 늘어진 보상 관계가 되어가는 것.
제가 볼 땐, 그냥 이거라는 거죠.
뭔가 받을 게 있고, 줄게 있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자꾸 거래처에 들르게 되고,
함께 술을 퍼마시고, 우애를 다지고 그렇게 된단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결국 이거에요.
공짜로 딴놈이 내게 친절해주길 바라면서,
내가 노예짓을 하는 이유를 모른다하면 말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동서양의 갑을질에 무슨 차이가 있냐하는 답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