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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24 21:53
신은 믿지 않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믿는다
 글쓴이 : 용비어천가
조회 : 1,266  

신은 믿지 않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믿는다

[사람이 행복한 유럽⑨] 무신론자가 만난 교황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무신론자다. 내게는 신의 존재나 권능을 믿는 일이 몹시 힘이 들고 어렵다. 정확하고 솔직하게 고해하자면 신의 본심을 잘 모르겠다. 이쯤 되면 종교 무지론자 또는 무관심론자에 가깝다. 최소한 불가지론자다. 신의 본질이나 실재의 참모습을 나 같은 정도의 경험으로는 인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속이 편하다. 

그래서 평소 신의 전지전능함과 구원의 복음을 기대하는 성직자, 신도들의 진지한 기분과 절박한 심정을 나로서는 헤아릴 수 없다. 서로 낯설고 불편하다. 특히 체육관처럼 생긴 큰 교회는 타자들의 전당, 외계 같은 피안으로 느껴진다. 크면 클수록 성스럽기는 커녕 가장 세속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 

종교는 큰 건축물을 위용을 빌려 절대적이며 완벽한 진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설파하려는 듯하다. 그렇게 자꾸 오해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경직된 교조주의를 믿느니 차라리 불가지론(不可知論, Agnosticism)을 믿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본질적 실재는 신앙의 영역'이라는 임마뉴엘 칸트의 불가지론도 어쩌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신앙 또는 종교의 본질적 실재 자체가 불가해하거나 불가지하다. 

결국 나로서는 그 흔한 '자기만의 신'도 없는 셈이다. 스스로의 자아나 실존조차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믿는다한들, 믿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불가항력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거나 답답하지 않다. 두렵거나 외롭지도 않다. 믿는 대로 되지 않는 인간의 한계와 숙명이라는 확고한 경험칙과 인식을 냉정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신을 믿는 이유가,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가는 이유가, 종교와 교회에서 기대하는 효능이 위로와 치유, 평화와 행복감 따위인가. 그렇다면 나는 굳이 성전에 출석해서 설교를 듣거나 의식에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 산책, 숙면, 여행, 독서, 작문, 음악이나 그림 감상 등으로 충분히 개인적으로는, 신앙적으로 위로받고 치유받는다. 평화와 행복감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종교공동체 조직과 제도 안에서보다는 '자기만의 신'으로부터 더 큰 종교의 효능을 얻을 수 있다. 그 이상의 종교의 효능과 필요성은 나로서는 불가지하고 불필요하다. 따라서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종교의 내용은 애매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종교는 오히려 자신만의 자율적인 현실 영역과 힘을 가진 어떤 실체"라는 울리벡의 주장이 어느 종교의 교리보다 더 믿음이 간다. 
---------------중략-----------------------이게 다 프란치스코 교황 때문이다. 바티칸 공화국에 입성한 날은 마침 일요일이라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신자들의 행렬이 바티칸광장을 한바퀴 둘러싸고 있었다. 믿음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감히 성당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건달처럼 광장을 서성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바티칸광장에 한켠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 교황의 모습이 나타났다. 제목도 내용도 알 수 없는 성가가 광장에 가득 울려퍼졌다.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나의 건들거리는 자세와 옷매무새를 고쳤다. 교황이 있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으니 교황을 직접 알현하는 기분이 되었다. 새가슴은 벌렁거리고 묵직해졌다.     

순간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교황의 모습과 말씀이 겹쳐졌다. 그래서 더욱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교황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노란 세월호 리본을 왼쪽 가슴에서 한번도 떼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을 비롯한 한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진심으로 함께 해주었다. 믿음을 주었다. 

"세월호 유족의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

당시 교황이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 받아 달자 누군가 다가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공격적 질문까지 받았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리본을 끝까지 떼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어느 나라의 국왕보다 대통령보다 더 낮게 임하는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진면목을 봤다. 존경하고 신뢰하기로 했다. 신은 믿지 않지만 그가 믿고 전하는 신은 무조건 믿어보기로 했다. 신 같은 인간,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신앙심이 생긴 것이다. 그런 교황을 비록 직접 마주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2월 로마 바티칸시국이라는 같은 시공간을 잠시나마 공유한 기억은 소중하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09045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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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정신 15-05-24 23:42
   
공의회에서 교황님은 신이 아님을 분명히 했는데...
신자로서 복잡한 심정이네요....
     
개생이 15-05-25 00:25
   
그럼 공의회에서 다수결로 신이 된 예수는 정말 불쌍 하네요.
     
헬로가생 15-05-25 05:51
   
인간들이 존경하고 섬기는 건 프란체스코란 인간이 아닌 그의 예수 닮은 모습이겠죠.
참 기독교인의 목적이 예수 닮는 것이고 모든이가 예수를 따르게 하는 거라 생각할 때
이게 바로 인간들이이 예수를 섬기는 것 아닐까요.

세상 모든 기독교인들이 전도나 성전건축이나 헌금같은 개독질에 신경을 끊고
예수 닮아 이웃사랑에만 신경을 쓴다면 이게 진정한 복음화가 아닐까요?

뭐 이런 소리하다간 개독들이나 먹사들 또 방언 시작하겠지만.
     
위현 15-05-25 09:27
   
저도 신자지만.....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믿는다는 것은 숭배의 의미로 이해하면 안될듯 하네요. 믿는다는 말을 꺼낸 취지도 그러하고, 오히려 멀게만 느껴졌던 종교를 프란치스코 교황님으로 인해 막연하게나마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다는 느낌이 강해요...
헬로가생 15-05-25 05:46
   
전도의 달인 교황할아버지.
개독들은 좀 보고 배우삼.
Zack 15-05-25 09:44
   
교황청의 참모습을 한번 알아보세요
ANINY 15-05-25 09:58
   
'종교'란건 원래는 그저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겁니다
꼭 신일필요는 없어요. 신이 아니라해도 내가 믿고 존경할만한 현자나 선생을 멘토삼아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렇게 살아가는거 이런 삶의 지표랄까, 가이드가 되주는 가르침을 말하고 신도들은 그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겁니다.
근데 인간들이 종교를 정치수단으로 사용하면서부터 사후세계를 끌어들이고 창조주라 주장하며 우매한 국민들에게 달콤살벌한 사후세계를 담보로 한 조건부 족쇄를 채우게 된거죠.

본문글에서 얘기하는건 그를 창조주급의 '신'으로 받들며 숭배하는게 아니라 '종교'의 본뜻대로 그의 정신과 사상을 본받고 가르침을 따른다는걸 말하는거같습니다.
이게 원래 맞는건데......

그를 '신'격화해서 숭배하는 인간들은 그냥, 뭔가를 믿고싶어 안달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프란치스코교황이 아니더라도 자기의 맘을 흔드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누구든지 다 숭배할수있고 숭배했을겁니다.
초월적인 존재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특히 강한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의지가 좀 약하거나 마음이 여리다거나.. 또는뭐 종특같은것도 좀 있고..

저는 무신론자지만 예수나 부처에 대해서 늘 그들은 훌륭한 철학가며 사상가라고 생각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창조주로 만들어버린 인간들이 문제일뿐...  지금도 그들 스스로는 자기들이 창조주라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믿고있어요;;;;....
프란치스코교황도 천주교 신자라는 부분에 대해선 제가 뭐 말할 이유도 없고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인간적으로 저도 이분은 참 존경스러운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이 교단의 우두머리가 될수있다는것만으로도 천주교에대한 인식이 좋아질수있을거같구요.
뛰어난 인물이 늘 리더가 될수있는건 아니니까요.....  특히나 종교단체의 리더로 깨끗한 인물이 선출될수있다는건 정말 고무적인 일입니다
뭐 문제없는 단체가 어딨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천주교쪽은 당분간은 희망이 있고 밝은편이라고 봅니다.
...다른종교들하고 비교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