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힘을 가진 집단은 있다. 그리고 그들은 때때로 단합도 하고 음모도 꾸민다.
간단히 말해서 카르텔이 있고 독과점이 있고 가격 단합이 있다. 그런데 그런 집단을 우리는 세계지배집단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부자들의 모임도 있고 정보교환하는 집단도 있다. 보통 우리는 그런 집단을 사교클럽이라고 부른다. 어떤 집단이 있냐고? 라이온스클럽도 있고 로타리 클럽도 있고 많다.
그런데 유독 그런 집단 중에서 프리메이슨을 악마 숭배집단이라고 부르고 이들은 유태인 자본가 집단의 세계지배 음모를 꾸민다고 한다.
물론 유태인 자본집단도 많고, 로스차일드라든가 록펠러라든가... 그런 부자 집단도 많다. 그런데 이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비밀리에 악마를 숭배하고 사탄의 강림을 위하여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시대에 이런 주장을 하는 인간들이 많으니 웃긴다는 이야기다.
세상의 복잡성이 그렇게 만만한가? 몇몇 집단이 모이면 세계지배가 가능하고 인류 전반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 목표가 자신의 부를 불리면서 인간의 타락?
어디서부터 이야기 할까?
일단 프리메이슨이라는 집단 자체가 굉장히 느슨하고 각 지부마다 각각 다른 체계, 법칙을 가지고 있다. 자유, 평등, 박애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많은 지부에서 유대인의 입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세계 가장 큰 본부인 파리의 <위대한 동방>지부는 유명인을 받아들이고 하루 아침에 33도의 계급을 희사하기도 했다. 종교집단이라기 보다 사교집단의 특성을 아주 제대로 보여준 행위다.
물론 프리메이슨은 이니시에이션이라는 고대 비교 형태의 입문제의를 한다. 그런데 그 형식 역시 이미 1800년대 탈당한 무리들이 모두 밝힌 바 있다. 그저 고대 입문 형태의 비의를 그대로 가져 온 행위들이 대부분이다.
음모론자들은 프리메이슨이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혁명, 공산화까지 모두 조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매우 다르다. 당연히 아닐 뿐더러 수많은 프리메이슨 귀족들이 길로틴의 이슬로 사라졌다. 위대한 동방의 지부장 오를레앙 남작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하여 신문에 프리메이슨의 신비를 부정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항복을 선언했다.
세계를 지배하고 혁명을 조정한 사람의 주장 치고는 찌질하기 이를 데 없다.
뿐인가? 프리메이슨은 서로 총을 들고 혁명파와 귀족파로 나뉘어 싸우기도 했고 상당수가 왕당파로 종사하여 부르봉 왕조의 부활을 꿈꿨다. 그래서 많은 지부가 약탈 당하고 혁명 와중에 불타기도 했다. 혁명을 배후 조정한 세력이 스스로의 집을 불태웠다? 이거야 원.. 앞뒤가 맞아야....
웃기는 건.... 이 프리메이슨 악마숭배론을 주장한 것은 한 맛간 신부가 아무렇게나 쓴 책 한권으로 시작한다.
바뤼엘 신부라는 미친 신부가 <자코뱅의 역사를 돕기 위한 수상록>(제목도 희한하다만.. 당시 책제목 스타일이 이렇다)에서 메이슨이 암흑 속에서 혁명을 준비했고 폭력과 무정부주의, 피바다를 조장했다고 적었다. 여기 저기 늘린 프리메이슨의 지부 뒷마당에서 이 끔찍한 명령을 거부하는 메이슨을 숙청했다는 글도 있었다(김정은인가?--).
이 미친 책과 주드로라는 사기꾼의 책이 프리메이슨 음모론의 시작이 된다. 당시에도 이 웃기는 책은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신기하게도 극단주의 카톨릭신자들이 메이슨이 신도를 뺏어 간다고 생각하고 이들이 악마라고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들을 퍼뜨린다.
이 전통은 나중에 개신교로 이어진다. 개신교는 근본주의자들은 이 세상의 뒷편에서 악마숭배자들이 세상을지배한다고 믿고 그 단체가 프리메이슨과 그 일파인 일루미나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부 음모론자들은 이 개독들의 글을 다시 인용하고.... 그 음모론자들의 글을 개독들은 다시 인용한다...
여기에 하나 더 가세하는 건 시온의정서라는 세기의 사기다. "세계의 거짓말" 사전에 올라가 있는 이 책을 아직도 진정한 책이라고 믿는 음모론자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그림자정부"라는 쓰레기책.
시온의정서는 당시 나온 몇 가지 책을 짜집기 하여 러시아 비밀경찰에서 발간한 위서다. 시온의 장로돌의 비밀회합에 참석한 한 귀부인이 몰래 가지고 나왔다는 원고가 그 출처라고 밝혀져 있다.
생각이라는 걸 좀 해보자. 세계를 지배할 만한 재력과 실력과 지식과 조직력을 갖춘 극소수 무리들이 비밀 회합을 하는데 이름도 모르는 한 귀부인이 참석해서 모든 내용을 다 듣고 그 원고까지 숨겨 나와 출간 한다?
그런 어수룩한 집단이 뭘 할 수 있겠나?
음모론... 물론 달콤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사실 거대 음모는 없어도 언제나 세상에는 뭔가 모략과 계략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환타지를 성인들이 생각하는 건 좀 웃기지 않나?
전시안? 피라미드? 그런 무늬를 몰때마다 일루미나티츼 상징이라고 외치는 사람들..... 피곤하다. 전시안과 비슷한 무늬는 전세계 종교에 수도 없이 나타나는 문양이다.
베트남의 신흥종교 까오다이교의 상징도 이 전시안이다. 이들도 일루미나티의 일파일까?
그런식이면.... 이세상에 음모 아닌 게 하나도 없다.. 내가 이글 쓰는 것도 내가 프리메이슨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 지령을 받고 쓴다고 생각할 거다... 그런 생각까지 든다면..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내 정체를 밝히기 앞서 병원에 가는 게 낫다. 가서 가벼운 딜루젼(망상)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치료하면 좋은지 물어보라. 심하면 그것도 정신병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