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돗물에까지 불똥 튄 낙동강 '녹조 라테'
입력 : 2015-09-03 [23:02:32] | 수정 : 2015-09-03 [23:02:32] | 게재 : 2015-09-04 (31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물로는 사람도 살 수 없다."
지난달 30일 낙동강에서 선상시위를 벌인 한 어민이 한 얘기다. 실제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나가던 낙동강 물을 퍼 정수한 결과 올 8월 부산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의 수질은 최악으로 나타났다. '녹조라테' 물을 넣어 아무리 고도정수처리를 해봤자 정수돼 나온 물의 수질은 나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수된 부산 수돗물에서 나온 유해물질들은 국내 기준으로는 기준치 이내였지만 해외 기준을 넘어서는 것도 있었다.
3일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올 8월 덕산정수장에서 정수된 부산 수돗물에서 검출된 총트리할로메탄은 평균 62㎍/L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6㎍/L에 비해서는 1.35배 증가한 수치이고 지난 10년치중 최고치였다. 4대강 사업 전에는 20~40㎍/L 수준이던 것이 올해 62㎍/L로 껑충 올라선 것. 이는 독일(50㎍/L 이하) 기준은 넘어서는 수치다.
클로로포름도 올 8월 평균은 44㎍/L으로 나타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하루 최고 54㎍/L까지 올라간 날도 있었다. 클로로포름의 국내 기준은 80㎍/L 이하이지만 일본의 경우 60㎍/L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점점 국내외 기준치에 가까워지거나 일부는 넘어서는 경향을 보이며 경고음을 보내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물질들이 대부분 발암물질이라는 것. 대표적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과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등 4개 물질을 총칭하는데 이 중 클로로포름은 과다 유입시 중추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할 경우 의식 불명, 혼수 상태, 괴사 등을 불러오는 독성물질이다.
이에 대해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김좌관 교수는 "낙동강의 녹조가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녹조 자체가 살아 있는 유기체이고 그것이 죽으면 유기물이 되는데 소독을 하게 되면 소독제의 염소와 이 유기물이 결합해 여러가지 유해물질들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904000039
내 자식도 남도 못 먹을 낙동강 물고기
라떼가 흐르는 강? 추적 60분이 용기를 내어 녹조와 악취로 가득한 낙동강을 찾았다. 그곳에서 수십 년간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온 어민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죽어버린 낙동강의 심각성을 화면에 담아냈다. 녹조로 뒤덮인 강에 고기가 성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하루에 150만원 어치의 장어를 잡기도 했던 한 어부는 4대강 이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고기를 잡더라도 잡은 것이 아니었다. 어부가 끌어올린 그물에 걸린 큼직한 잉어. 그러나 멀리서 볼 때에는 몰랐던 그 잉어는 차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비늘에 불그죽죽한 피부병이 번져 먹기는커녕 보기도 흉한 수준이었다. 어부는 침통한 표정으로 심정을 토로한다. 이런 고기를 잡아 내 자식에게 먹일 사람이 있겠는가. 내 자식에게 먹일 수 없다면 남한테도 팔 수 없지 않냐는 말이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낙동강을 관리하는 해당관청은 태평했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물고기 집단폐사를 신고했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어민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허위로 인용해 어류 폐사가 수질오염이 원인이 아닌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했다. 강만 썩은 것이 아니라 그 강을 책임져야 할 관청이 더 썩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녹조로 인한 낙동강 어민 피해는 모두가 흘러야 할 강이 흐르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다. 4대강 사업 중에서도 공사가 유난히 집중됐던 낙동강에는 총 8개의 보가 설치됐다. 그 결과 유속은 평균 5.4배가 느려졌다. 강바닥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고, 강으로 유입되는 하수의 오염물질은 무려 58%나 줄었지만 강 수질은 좋아지지 않고 대형 하수구가 된 것처럼 바닥부터 표면까지 강 전체가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설치된 보가 그 절반 이하만 됐더라도 낙동강은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나빠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은 대체 어떤 이유에서 낙동강에 그토록 많은 보를 설치해야 했을지 궁금하다. 돈도 돈이지만 진짜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서 8개의 보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2014년 12월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발표문에는 아주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다만 보의 위치선정 기준과 과정에 대해서는 이를 확인하지 못했으면”라고 진술하고 있었다. 위원회에 참가했던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보 위치에 관한 근거서류를 요청”했지만 그에 답변은 “근거 서류가 보관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교수는 “이런 초대형 국책사업을 하는데 왜 그 자리에 있어야 되는 지에 대한 충분한 근거는 갖고 있을 줄 알았거든요”라고 이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4대강살리기 마스터 플랜에도 보의 위치를 정한 구체적 근거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 자료가 방대해서 위원회가 분석이 덜 되었거나 잘못 본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옹색한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결정적으로 취재진에게 보의 설치 근거에 대해서 설명 못했다.
낙동강의 문제가 4대강사업이 원인이라는 것은 4대강 사업의 마지막 지점인 영주댐만 살펴보아도 명백해진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되기 전 수심이 깊지는 않았지만 고운 모래와 강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던 내성천은 영주댐 공사 이후 잡초가 뒤덮이고 흐르지 않고 고인 강이 되었다. 영주댐의 주목적은 낙동강 수질개선이었다. 그러나 수질개선은커녕 수질이 오히려 악화된 낙동강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강을 가둬 흐르지 않게 하면서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한 4대강 사업의 허망하고도 절망스러운 결과가 낙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고 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