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속이 좁은 걸까요?
이곳도 그런 분위기고, 네이버의 댓글들도 하나같이 "속이 후련하고 통쾌하다", "안현수의 금메달이
정말 기분좋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군요.
그런 와중에... 저는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이 그다지 기쁘지 않습니다. 솔직히 속이 쓰리고, 조금은
야속한 느낌도 드는군요.
물론, 안현수 선수의 귀화가 나쁘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저같아도 가족과 내 삶이 좀더 나아질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민을 택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저는 안현수 선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꿈을 쫓아서 국적을 바꾼것은 비난할 필요도
전혀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굳이 "잘했다" 하고 칭찬할 만한 일도 아니죠.
안현수 선수는 파벌이 횡행하는 한국 쇼트트랙계의 현실에서 혼자 고고히 불의와 싸우다가 쫓겨난
"희생양"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빙상연맹을 편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워낙 치졸하고 엿같은 빙상연맹 탓에 반대급부로 지나치게 미화된 경향도 있습니다.
안현수 선수가 힘이 없는 파벌에 속해 피해를 본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보호하고 지켜야할 국가적
인재를 어이없는 집안싸움 때문에 타국에 빼앗겼습니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살이 뼏쳤습니다.
안현수 선수의 개인적인 선택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이해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에서 타당하다
여기는 것과, 가슴에서 왠지모르게 느껴지는 섭섭함이 묘하게 공존하는군요.
안현수는 어쨋든 한국에서 키운 선수입니다. 올림픽 3관왕의 영광을 태극마크를 달고 얻어냈습니다.
한국에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 또한 아주 많습니다. 그의 실력과 노력은 분명 탁월했지만, 당시
한국은 쇼트트랙 세계 최강국이었습니다. 그런 최강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안현수 선수에게 전수되어
지금의 그를 만들었습니다.
올림픽 3관왕이란 큰 영광을 가진 스포츠 스타가 국적을 바꾸는 경우는 전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기 이전에, 엄연한 국부의 유출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안현수 선수의 선택에 일말의 아쉬움을 느낍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선택을
십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왠지 가슴으로 그를 응원하게 되지는 않는군요.
뭐... 제가 치졸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안현수 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작금의
현상이 자칫 또다른 인재들의 유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