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갤, 코갤, 역갤이나 메갈, 일베같은 인터넷 과격 집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처법이 궁금하다면 해당 집단의 실제 의도와 현실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면 됩니다. 이 사회는 아무한테나 쉽게 관심을 주지 않거니와 함부로 표현의 자유를 빼앗거나 탄압하지도 않거든요.
코갤이나 역갤처럼 특별한 의도가 없고 현실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의 자정 작용에 맡기고) 가급적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줬습니다. 대신 무시하는 전략을 써왔고요.. 반대로 일베처럼 약자와 소수자를 향해 공격적 태도를 보이면서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는 경우라면 현실에서 구조적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보고 밖으로 기어 나오기 전에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메갈은 의도적으로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와 모든 금기, 언어를 전복하거나 패러디하는 충격 요법을 쓰면서 여성 차별을 문제 삼는 집단입니다. 이 방식으로 그동안 묻혀 왔던 젠더 이슈를 공론화시키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이런 여성들의 어법은 현실에서 남성을 위협하거나 억압하지 못합니다. 고로 기존 대처법 대로라면 메갈을 탄압할 뚜렷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상당수 남성들이 이들을 불편하게 보고 꼬투리 못잡아 안달입니다. 최근에도 메갈의 몇몇 게시물이 논란이 된 모양인데요.. 메갈의 정체성이 소수자 탄압이나 역사왜곡이 아님에도 '똥꼬충'이란 비하 발언이나 남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몇몇 고약한 게시물에까지 호들갑 떨어야 한다면 독립투사와 위안부에 대해 메갈보다 훨씬 심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던 역갤은 어째서 우리들의 관심 밖일까요. 단순히 인터넷에서 남성 중심의 틀을 전복해 보여주겠다는 메갈의 방식이 정말 그렇게 현실의 위협이 됩니까?
메갈이 위험 집단이 아니며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는 시각은 진보 언론이나 BBC같은 외신들만 가진 것이 아닙니다. 보수색 강한 신동아 역시 같은 방향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정론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262&aid=0000008972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지식인들은 거기서 일어나는 대부분 일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때론 이들의 미러링이 난반사이거나 기존 차별을 답습했거나 지나친 혐오 표현이 섞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적당한 선에서 끝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아요. (메갈에도 여러 갈래가 있고 이들을 통제하는 지휘부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런데 이 분들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이런 과격함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주류 남성 집단이 이런 과격함을 꼬투리 잡아 메갈을 억압하고 윽발질러 어렵게 공론화된 젠더 이슈가 이대로 묻혀버릴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현실의 여성차별과 편견이 핵심 문제임을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데, 그저 메갈을 반사회적 집단으로 규정 짓고 추방하려는 치졸한 대응을 가장 경계하고 있어요.
정말 위험한 발언이 뭔지 아십니까? 현재 메갈이라는 좋은 핑계를 만나 대부분의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혐이 폭발 중인데 그 중에는 점잖게 메갈의 방식을 나무라는 글도 많지만 노골적인 여혐성 댓글 또한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발언이야말로 현실에서 차별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경계해야 합니다.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다 판단 가능한 문제들인데 왜 모른 척들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도대체 메갈의 무엇이 그리 못마땅하고 두려워서 코갤이나 역갤 대할 때처럼 대범하지 못합니까? 오죽하면 여성들이 이런 방식까지 동원했을까에 대한 고민은 왜 하지 못하며, 페미니즘 서적 판매 증가로 증명되는 긍정적 기능은 왜 인정하지 못합니까?
모두들 약자를 자처하며 위로받고 공감받고 하나라도 더 쟁취하려 하는 분위기에서 그 반대의 입장에 서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때로 자신이 강자이자 가해자 집단에 속함을 인정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메갈리아를 대하는 남성들의 반응은 너무도 유치하고 옹졸합니다. (여자에게 관대해야 하는 남자로서가 아니라) 약자를 보듬을 의무가 있는 이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이것은 매우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