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떠올려 보자. 진짜 급한 환자도 있지만 약이나 주사 같은 간단한 처방으로 끝나는 경우도 상당수다. 어떤 의사는 이걸 '야간 약국'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야간에 난 대형 교통사고 환자나 공장 사고 환자들은 여전히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다가 죽기 십상이다. 심한 외상이 여러 곳인 중증외상(trauma)환자의 경우, 제때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죽는 환자 비율이 약 30% 선이다. 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이 수치는 일본이나 미국의 두세 배다. 중증외상을 다루는 응급센터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국 6개 지역에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를 지정, 설립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현장에 가서 보니 아예 고참의사용 당직실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 정부 방안에는 전문의가 야근할 경우 20만원 내외의 야근비를 주고, 당직실을 만드는 내용이 들어 있을 정도다. 이국종은 몇년 전 이런 상황을 "종이로 소나기를 막는 기분"이라고 했었다.
―우리 상황이 대체 어떻기에 그런가.
"자기 손에 피 묻혀 본 사람, 즉 진짜 칼잡이는 별로 없는데, 외상의학을 안다고 하는 사람은 많다. 이미 들어간 돈으로 치면, 우리나라 병원은 세계 톱 수준의 외상의학센터를 확보했어야 한다. 그런데 병원만 크게 지어놓고 시스템, 의사가 없다. 응급센터 지어놓고 응급실로 전용하는 경우도 많다."
―외상외과 응급체계의 문제는 뭔가.
"응급실 당직 의사는 주니어가 대부분이다. 내장 다 터져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중증외상환자 수술은 어렵다. 큰 병원들은 시설이 좋아도 중증외상환자를 받지 않는다. 비용에 비해 수가가 안 나오니까. 반면 병실이 비는 병원들은 중증외상환자를 받아 침상을 채우려고 하는데, 그런 데는 시설이 안 받쳐 준다."
―이 선생이 준 책자와 영상자료를 보니 외상환자 살리는 시스템은 매우 간단하더라. 환자의 부상 정도에 따라 레벨을 나누고, 거기 맞는 병원으로 후송하고, 바로 처치하는 것이더라. 그게 왜 그리 어렵나.
"대한민국 대형병원 응급실처럼 이렇게 병상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다. 외상센터의 경우 이렇게 많은 응급실 병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충분한 수술실과 중환자실 규모가 필요하다. 헬기로 40㎞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 권역별로 짓고, 환자 구분 체계 매뉴얼 확실히 만들고, 외상센터마다 전문의들이 집에 안 가고 당직 잘 서면 된다. 내가 연수 가서 보니, 인구 1000만명이 되는 큰 도시 런던에 거점병원 4개가 있더라. 거기서 정보 주고받으면서 철통같이 외상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러니까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그렇게 낮은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라지만 전문의가 별로 야근을 안 선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외래 선호는 불가피하다. 외래 환자는 반가운 환자다. 낮 시간에 약속 맞춰 서로 기분 좋게 딱 만나고, 시간 정해놓고 헤어지면 되는 거다."
―얼마 전에도 장중첩증 아이가 경북지역 여러 큰 병원에서 거절당하고 이 병원 저 병원 돌다 죽었다. 왜 큰 병원에서 '우리 병원은 중증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질 않나.
"계륵이다. 병원 위상도 있으니까. 그게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더 위험하다."
―그날 당직의사의 부도덕성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인가.
"복합적인 문제다.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그대로 투영된 거다. 한국은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자기 할 일을 미루는 게 익숙하지 않은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경쟁이 없다. 의사는 현재 상태에서는 해외와 경쟁할 필요가 많지 않다."
의학 드라마 보면 자주 나오는 상황이지요...
의사의 양심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병원의 수익성, 법적 중립성, 외과수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지요. 괜히 의학 드라마 주인공들이 대부분 외과의사겠습니까? 중요한 일임에도 사명감 없으면 하기 힘들정도로 대우받는게 외과의사니까요.
이건 의사들 내부에서도 토론이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의사의 양심 문제로 볼게 아닙니다 ㅡ.ㅡ
그렇게 따지면 자본주의 자체가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든 돈벌려고 하는 일입니다. 그런 개인의 이기심의 추구가 조화를 이루어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게 주요 논리이지요.
뭐... 사회주의 체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돈 벌려고 하는 사람이 비정상적이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건 이해합니다.
그렇더라도 기본이 되는 자본주의 이념을 비난하고 시작할게 아니라, 자본주의 이념에 공평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가야하는게 맞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