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질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문재인에게는 답변하기 가장 쉬운, 그리고 반가운 질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즉각적인 퇴진(하야)를 받아들인다고 가정했을 시 헌법상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루어야 하는데 이같은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혹은 가능한 다른 과정은 없는지 물었던 것에 대해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입장에서는 당위론으로 '당연히 그러해야하며 그것 말고 다른 길은 없다.' 고 답변하면 명확하고 간단했으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답변이었죠.
제가 추측하기로는 개인적인 성향상 '정답은 이것밖에 없다'라는 식의 수사를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고 단언 형태의 말을 하는것에 극도로 조심하는 탓에 서로의 소통에 꼬인것 같습니다.
문재인이 괜히 헌법상 절차와 상충하는 국민의 여론에 따른 대선 기간 연장에 대해 언급해 버림으로써 손석희는 문재인의 답변에서 논리적 모순을 발견할수밖에 없었고, 문재인도 이미 뱉어버린 말 때문에 더 이상의 논리적 완성이 불가능해져버렸기 때문에 자꾸 똑같은 문답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죠.
확실히 답답한 모습이었습니다만 문재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더욱 도드라지는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수동적 리더랄까요. 포장이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헌법적 절차와 국민의 목소리를 같은 선에서 놓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고 피드백은 확실히 받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강조해오던 소통에 있어서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패하고 무능한 공무원들과 검찰, 정치계, 경제계를 제대로 개혁하고 확실하게 뒤집어 엎어 사회 부조리를 척결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답변이 정치적 수사로 둘러쌓여서 명확성과 특정성이 부족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과단성에 있어서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번 인터뷰로써 이재명의 지지도가 더욱 올라갈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재명의 타이밍은 이번이 아니라 다음대라고 생각해 왔던 차라 약간 혼란스럽네요.
그러한 어떻게 보면 파격적 행보를 걸어갈 강단이 있는 이가 제대로 뜻하는 바를 펼치기 위해서는 문재인 같은 무난한 테이블세터가 바탕을 마련해 주고 바통터치를 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되지 않을까 했거든요.
손석희 앵커도 언론인으로써 다음대 대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그렇게 몰아치고 받아넘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많지 않은 판단의 기회를 한 번 더 주고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저는 재밌게 보았습니다. 여윽시 손석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