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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18 07:21
최저임금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
 글쓴이 : 발렌티노
조회 : 736  

 최저임금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은 워낙 많은 분들이 하셔서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주로 최저임금 인상분이 그대로 물가에 반영된다는 주장들을 많이들 하시는데,
경제학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고, 경제 구조, 상황마다 일부만 반영이 됩니다.
반영된 부분은 당연히 노동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가고, 나머지는 사용자 측의 부담이 되겠는데,
사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물가상승분으로 많인 부분이 연결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수입, 수출 비중이 큰 나라들은 물가상승분으로 되돌아오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보셔야 합니다)



전 원래 일반 기업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영업자 컨설팅 업무를 해왔습니다.

대부분 정부지원사업인데... 아마 검색해보시면 꽤 나올겁니다.
몇 년전에 그만두고 모 전문대학원에 진학해서 지금은 그 관련 자격증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만.
1~2년 뒤 개업을 하게되면 현 자격증 업무 외에도 기존에 했던 중소기업/자영업 컨설팅도 함께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수많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 현장을 돌면서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제가 느낀 부분은,
최저임금과 관련된 부분이 을-병만의, 외부와 단절된 문제가 아니라,
을-병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갑과 밀접한 관련이 있더라, 는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들인데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가 대기업-중소기업의 하청구조 및 갑-을 구조입니다.

진짜 웃긴게, 가령 대기업이나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원가계산서나 원가명세서를 보냅니다.
이걸로 납품단가 협상(?)을 하지요. 말만 협상이지, 협상력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중 생산 노무비 부분은 최저임금이거나 이를 약간 웃도는 정도입니다. 그 이상 안쳐줘요.
만약 중소기업에서 임금을 더 쳐서 보내면요? 대기업에서 계약 안해주죠. 원가 비싸다고.

최저임금 이상으로 원가에 반영해서 넣으려면, 그 기술이 고 기술 산업이거나, 특수한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을 써야 한다거나, 아니면 업체 자체에서 대기업에 협상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사실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진짜 웃긴건데,
대기업이 먼저 원가계산서나 원가명세서를 만.들.어.서 내려보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대기업A가 중소기업B로부터 납품 받는다고 합시다.
당연히 원가계산서나 명세서는 B가 만들어서 A에 내는거죠.
그런데 정 반대로, 원가계산서나 명세서를 A가 지들 멋대로 만들어서 
B에게 보냅니다. 여기에 맞추라고.

생각외로 일반화 된 부분입니다. 이 경우 B의 노무비는 사실상 A가 결정합니다.
그 기준은 당연히 최저임금입니다.
A-B-C 등 여러 단계로 하청구조가 짜진 경우,
마지막 단계는 거의 최저임금으로 결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얘네도 기본적으로 인건비를 최저임금으로 계산해서, 업주들 몫을 계산하고,
정말 업주들 겨우 생존할까 말까할 수준으로 맞춘다음 돈을 뜯어냅니다.

즉 얼마만 본사에 내고 끝. 이게 아니라, 실제로는.
뜯을 수 있는 만큼을 미리 계획하고, 평균적으로 이정도 까지는 뜯을 수 있겠다 판단한뒤,
각종 재료비, 유통비용에서 거의 착취 수준으로 돈을 뜯어갑니다.



결론적으로, 많은 보수언론이나 이에 동조한 분들이
최저임금 문제를 을-을 간의 문제, 혹은 을-병의 문제로 보고 계십니다만,

이들의 싸우는 룰조차 결정하는게 갑입니다.

병의 최저임금이 7500원이 아니라 2000원이었으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그 5500원만큼을 더 가져가서, 
경제가 더 발전했을 것 같아요?

아닙니다.
애초에 을이 병에게 지출하는 저 인건비를 감안해서 갑-을 구조가 짜지기 때문에,
또 갑이 '병에게 지출하는 을의 원가'를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2000원이면,
그 5500원분의 수익은 대기업이나 본사, 대형 유통업체가 가져가는거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가져가는 부분은 아니죠.

반대로 최저임금 7500원이면,
갑도 을의 원가에 임금으로 7500원을 반영하겠죠.



제 경험이 직접 소규모로 소비자를 상대하는 소형 자영업자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나,
(이 부분에 대한 최저임금 상승의 근거로 경제학적으로 충분합니다)

마치 최저임금이 을-병간의 싸움인 마냥 
갑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 마냥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가볍게 개인적인 경험을 써 봤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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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봐 17-07-18 08:25
   
갑의 지위는 상상 초월하죠
대뜸 사무실로 전화해서 욕부터
하는 인간들도 많죠
그걸 감내해야 하고 ...
어느정도는  동감 합니다
서클포스 17-07-18 09:17
   
대기업 A

중소기업 B  ( 외국인 노동자 )

외국인 노동자 쓰기 때문에 첨부터 원가 후려쳐서 내려 보냄..

결국 싼 외국인 노동자 쓰는 임금은 대기업 의 이득이 됨..

결론은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결 할수 가 없는 구조인게.. 이 것 때문임..
아라미스 17-07-18 10:28
   
진짜 한국 노동 하청구조 없애야함..  정부에서 왜 적극적으로 안나서는지 이해가 안가요..
     
archwave 17-07-18 10:55
   
하청구조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산업이란게 존재하는 이상 반드시 존재.
하청구조 없는 국가가 없음.

돈이란게 있는 이상 사채도 반드시 존재하고,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

다만 이자율 상한선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갑의 횡포를 제어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긴 한데,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고리대금업을 없애는 것만큼이나 어려움.
경불자조 17-07-18 13:43
   
특히 저임금 외노자를 많이 쓰는 곳은 서클님의 말씀도 경제적으로 맞는 얘기 입니다만..다른쪽에서 문제가 잇습니다.특히 인권 관련하여 매우 저질적이고요..안전 이런것도 상당히 저질적 입니다. 예를 들어 외노자를 많이 고용하여 한국인 감독관을 두고 있는 곳 중에 한국인으로 일하러 가 봣는데 막말부터 시작해서..상당히 저질적이더라구요..그리고 그런게 오래지속되어서인지 한국인 노동자에게도 막말과 권리침해적인 요소가 상당하더군요..저임금 외노자를 쓴다 하는 부분이 경제적으로는 이득일지는 몰라도...안전과인권이 저해되는 후진국형이 되가는 것이 국가적인 경쟁력에서 얼마나 마이너스가 되는지 아무도 그와관련하여...맹목적인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이 생각치 못하니 국가가 일정 부분 관여를 강하게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몬난이 17-07-18 13:59
   
중소기업의 절반 정도가 수급업체입니다. 수급업체중 원청이 대기업으로만 된 경우는 10%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대기업 갑질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쳐도 그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전체의 5%입니다. 의미있는 비중일까요?

또 하나. 1차수급기업의 임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됩니다. 3차쯤 가야 최저임금에 준하죠. 그리고 대기업은 2차 3차 수급기업과 당연히 거래가 없습니다.
만약 최저임금인상으로 대기업이 1차수급기업의 매입가를 고려해 납품가를 더 쳐준다고 해보죠. 님이 말씀하셨죠? 개방경제라서 판매가격 전가도 안된다고요. 그렇다고 가정하면 대기업의 이윤폭만 감소합니다. 말씀하신 그 어마어마한 대기업의 협상력은 갑자기 어디가고 중소기업들 이윤폭이 일정하도록 대기업이 희생하는 걸까요? 저는 이게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입니다만 최저임금의 물가상승 경로는 숙련노동시장과의 일반균형관계를 통해 전체 평균임금 상승률을 보게 됩니다. 실증분석의 대종은 최저임금 10% 상승당 전체 평균임금 1%, 물가상승률 0.4%p 정도로 기억하는데요. 금번 인상을 16%로 잡으면 cpi 0.64%p에 대응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cpi 상승은 아마 음식등에 집중되어서 체감효과는 꽤 있을것 같고, cpi로 소진되지 않은 실질임금 상승분은 실업률보다 고용률에 영향이 있겠고요.
너드입니다 17-07-18 18:54
   
한 마디로 대신하겠습니다.

"대다수의 구성원이 빈곤하고 비참한 사회는
 절대 풍요하고 행복해질 수 없다."

-애덤 스미스
     
몬난이 17-07-18 19:16
   
"Virtue is more to be feared than vice, because its excesses are not subject to the regulation of conscience."

Adam Smith
건달 17-07-18 19:19
   
맞아요 현실을 잘 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