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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모여든 중국 충칭시민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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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순방에 관한 이야기다. 왜 그랬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순방을 함께 떠난 청와대 관계자도, 취재기자들도 “우리는 중국을 잘 모르고 있던 것 같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 외교적 성과가 있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우리의 시각에서 중국을 재단할 게 아니라 객관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기자폭행 사건이다. 물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다수가 한 명을 상대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국 측의 잘못이다. 더구나 취재기자의 취재를 위한 행위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이나 기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반드시 따져서 중국 측의 잘못이 확인된다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이와 별개로, 중국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를 다시 살펴볼 필요성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언론자유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언론에 대한 존중이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를 일부 받아들였을지언정, 정치적으로 독재정권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유학파들도 많지만, 그 넓은 땅덩어리와 인구를 안정적으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서구의 자유주의와 다른 지배체계에 대부분 동의한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제적으로 개혁·개방을 했기 때문에 자유주의 국가처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이번 순방에서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였다는 것을 철저하게 느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순방에 따라나섰던 한 기자도 “예상한 것과 달리 강력한 통제가 있었다”며 “너무 무서운 곳”이라고도 했다.
충칭시 방문의 뒷이야기도 관심거리다. 충칭공항 착륙을 앞두고 대부분의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한적한 ‘시골’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을 압도하는 공항의 규모, 서울 보다 많은 초고층건물,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엄청난 인파까지 세 번이나 놀라게 만들었다.
실제 충칭의 지역적·정치적 지위는 중국 내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인구만 3,500만 명이 넘고 면적은 대한민국의 3분의 2 수준으로 넓다. 중국 서부권의 중심지이며,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한 기자는 “왜 이런 곳을 우리 대통령이 이제야 처음 방문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문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것은 중국언론의 보도와 관계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난징대학살 추모식, 중앙 경제공작회의와 일정이 겹치면서 문 대통령 방중이 처음에는 많이 보도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기자의 전언이 있었다”며 “이후 방중보도가 중국언론에서 나오고 서민식당 행보 등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충칭 일정 때 중국 내에서 관심도가 최고조로 올라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의 오찬도 재평가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일부 국내언론에서는 리커창 총리, 장더장 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의 식사자리가 없었다는 점에서 평가절하 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천민얼 서기는 서열상으로 낮을지 모르나 그 가능성만을 따져보면, 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한 중국언론의 한국특파원은 “주석이 동부연안을 중심으로 중국전체를 통치하는 지도자라면, 충칭시 서기는 중국 서부지역의 지도자로 받아들여진다”며 “정치적으로 주석의 후계자이면서 동시에 경쟁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석과 충칭시 서기를 만나고 온 것은 왕과 왕세자를 다 만나고 온 격”이라고 비유했다.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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