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런 관념을 일본전자회사의 몰락을 놓고 자국사람들이 자국기업의 제품만 사주었다고 하는 무리한 인과관계에서 얻거든요. 그러면서 우리의 소비행태를 놓고 합리적인 소비란 소비자의 경제적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지점에서 자국이든 외산이든 상관없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여기서 의문점이 들어야 하는게
1. 일본전자업의 몰락은 정말로 자국기업에만 충성적인 소비자들 때문이었나. 그것과는 별도로 일본전자업이 몰락하는 길이 아니었나하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음. 즉 자국사람들이 많이 사주었으니 자국시장에 안주하게 되고 혁신이 없으니 세계시장에서 도태라는 서사를 자주 씁니다. 그런데 일본기업들은 일본시장만 주요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 세계적 판매를 하고 있었고 여전히 매출의 상당부분을 해외에서 거둡니다. 더욱이 일본전자업이 활황이었던 80,90년대에는 일본소비자가 외산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서 그런 혁신이 있었는가라고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죠.
2. 어떤 정형화된 합리적인 소비(외산이든 국산이든 자기가 좋은면 땡)가 옳다라고 하는 논리를 기업들에게도 합리적인 투자, 합리적인 생산, 합리적인 가격결정도 동시에 열어 줘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국내제조업시장이 포화상태일 때 중국으로 빠져 나가는 공동화현상을 놓고 왜 국내고용을 하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또는 저임금인건비를 노려 외노자 고용만 따먹는다는 비난도 우리 회사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결정인데 왜 너희들이 왈가왈부하냐부터 지금 문제가 되는 왜 한국시장만 비싸게 파냐라는 이야기에 그건 우리네 회사의 이윤극대화이고 합리적인 판매정책일뿐이라고 하는 소리에 대응논리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따로 합리성이 존재하니 지금 한국경제를 놓고 잡음들이 들리는 것이죠.
3. 그러니 처음부터 '합리성'이라고 하는 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물건을 놓고 가장 싼 가격에 사는 것이 반드시 '합리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전제와 논리의 전부인가. 커피에서 공정소비을 놓고 본다면 우리가 아는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멀어요. 순수하게 생산성을 놓고 본다면 공정소비는 비합리적 소비니까요. 그런데 우리들은 이런것에 그다지 비합리성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판단의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했겠죠.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외산, 국산의 소비를 가리지 않고 본인이 좋으면 장땡이라는 것도 과연 합리성인가 물어봐야 할 겁니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소비자 개인을 중심으로 놓고 그 소비자가 놓여있는 다른 환경들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거든요. 소비자는 동시에 임금노동자이고, 국민경제의 일원입니다. 우리가 기업들보면서 국내고용 늘려라, 임금 올려달라, 외노자 그만 수입해라 라고 말하는 그런 지평에서 우리의 소비를 말해야 한다는 것이죠.
결론은 분명해요. 일본인들의 소비는 비합리적인가? 아닙니다. 일본은 자국 전자업이 활황일 그 즈음에 생산자인 기업은 이윤증대보다 국내고용확충에 힘을 썼었고 그만큼 고임금부담에 얼마나 원가절감의 노력을 했는지는 경영학, 회계학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사례에요. 대신에 일본인들은 이런 회사를 놓고 국민경제의 차원에서 자국산 물건을 사는 관성이 생겼으니까요. 이런 선순환을 놓고 고임금을 부담하는 회사와 그 임금을 받고 자국산 물건을 사는 '내수시장'이 형성되는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 소비'는 너무나 상대에 무관심하고 배타적이죠. 자기만족과 자기이익극대화에 치중해 있습니다. 혹은 자신들의 소비가 기업들을 자극시켜서 더욱 혁신을 추종하게 할 것이다라고 하는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경쟁은 발전을 유도하지만 이것만이 혁신의 유일한 원인이라고는 말을 못하죠. 우리네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원인은 처음부터 경쟁을 시켜서가 아니라 아예 경쟁을 시키지 않아서입니다. 몇몇 대기업들은 지금에서야 이런 스토리가 통하지는 않겠지만 한국경제는 이들 거대기업들만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여전히 판매처 찾기에 급급한 중견, 중소기업들이 허다하고 대기업들도 세계적인 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업체들이 많으니까요.
이 말은 일본인들이 더 이타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고용률, 비정규직, 실업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적 무관심을 놓고 이런 의식이 자라나 '합리성'에 대한 독특한 자기만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어요. 그럼 누가 먼저 시작해야 할까요? 소비자들이 자국산 물건을 사주면 기업들이 자국고용을 늘린다? 아니면 기업들이 비정규직 축소하고 임금수준을 올려주면 소비자들이 자국산 물건을 살 것이다? 어려운 문제죠. 다만 우리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