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사기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법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다스(DAS) 현지 법인에서 거액의 돈이 움직인 것이 포착되었다. 싱가포르의 한 계좌를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는 수상한 돈거래가 있어서 공식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 싱가포르 DBS 은행에서 중국 HSBC 은행으로 넘어간 2000만 달러(약 222억원)가 다스와 관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계좌는 한국의 대기업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인 조사” “정식 수사” “관계 기관 합동 수사팀 회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싱가포르 계좌는 지난 10월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잠시 거론되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해당 대기업을 각각 ‘P사’와 ‘H사’로 거론하며 질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외 계좌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운영했고, 해외 법인과 차명 비자금을 거래한 사실을 제보받았다. ‘MB 계좌’에 대해 다음 질의 때 자세히 답변해달라.” 이에 김 부총리는 “알겠다”라고 답했다.
미국 수사기관은 다스 미국 현지 법인의 수상한 돈거래를 쫓는 과정에서, 국내 유명인사 명의의 또 다른 자금 세탁 의심 계좌를 발견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이 계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쪽으로 자금이 송금되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 계좌 명의는 ‘HONG SEOK HYUN’. 계좌번호는 홍콩 메릴린치 은행(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1370○○○○/1373○○○○.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계좌의 명의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다.
국제적인 돈세탁 혐의를 수사하는 미국 재무부 소속의 금융범죄처벌기구(Fin CEN·The 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의 공식 문건에 따르면, 홍콩 메릴린치 은행 계좌 명의는 홍석현 전 회장과 부인 신연균씨이다. 이 계좌의 존재 여부에 대해 기자가 홍석현 전 회장 측에 묻자 “해외 계좌 자체가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범죄처벌기구 공식 서류에 기입된 주소(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와 생년월일(1949년 10월20일), 그리고 여권 번호(JR254□□□□)가 홍석현 전 회장의 인적 사항과 일치한다. 서류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도 확인 결과 <중앙일보> 회장실 전화번호(02-751-5×××)였다. 부인 신연균씨 정보도 일치했다.
메릴린치 홍콩 지점에 있는 홍석현 전 회장 계좌의 돈 32만9000달러(약 3억6600만원)가 메릴린치 뉴욕 지점을 거쳐 케이맨 제도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 ‘사운드 인터내셔널(Sound International Ltd.)’에 송금된 흔적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운드 인터내셔널은 홍석현 회장의 차남 홍정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 명의로 되어 있다. 홍정인씨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메릴린치 은행 본사 법무과는 이 돈거래를 자금 세탁으로 의심했다. 결국 미국 법무부가 자금 세탁을 위한 금융거래(Money Laundering/Structuring) 혐의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조사 담당자 이름은 ‘마이클’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메릴린치 은행 본사의 한 관계자는 “홍석현 회장의 돈세탁 관련 정보를 한국 검찰과 국세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모두 홍 회장을 두려워했고,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금융정보분석원·FIU)는 돈세탁 및 테러 자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미국 금융범죄처벌기구와 정보 교류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홍 전 회장의 계좌는 FIU에서도 확보한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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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v.media.daum.net/v/20171113133703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