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망해라?" '안티'가 된 자원봉사자
[노예가 된 자원봉사자 ①] 주최측 준비와 자원봉사자 인식 둘다 부족
"솔직히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라고 기원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속마음은 아주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요."
평창올림픽 개막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한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이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를 포기했다는 한 대학생은 이 글을 통해 조직위원회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시험기간을 쪼개 10시간 넘는 교육을 이수했음에도 봉사자들이 지원하지 않은 직무에 배정되거나 아예 직무를 배정받지 못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처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불만은 대회 개막 이후로도 꾸준히 제기됐다. 자원봉사자들 중 일부는 조직위가 셔틀버스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 1시간 가량 떨어야 했다며 '보이콧' 직전까지 나가기도 했다.
그 뒤로도 난방과 숙소, 식사 등 기본적인 요소들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계속 나왔다.
자원봉사를 하다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는데도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해 중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후한 대접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봉사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푸대접하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같은 논란은 주최 측의 준비 부족과 자원봉사자들의 인식 부족이 결합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뿔난 자원봉사자들
20일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총 2만1600여명에 이른다. 현재 진행 중인 올림픽에 1만5000여명, 패럴림픽에 660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이들은 관중안내, 교통안내, 선수단 지원, 의료단 지원 등 244개 직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만을 토로한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조직위가 다른 문제는 등한시한 채 이런 경제적 효과만 빼먹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대나무숲에 불만 글을 올린 대학생도 "그들(조직위)은 저희를 무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 우리가 포기해도 할 자원봉사할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딱 이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주최측 준비·자원봉사자 인식 둘다 부족
이번 평창올림픽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사전 준비와 대처가 모두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노로바이러스에 걸린 자원봉사자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세졌다. 이 자원봉사자는 격리된 이후 한동안 식사조차 받지 못했는데, 조직위 측에서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일각에선 조직위가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면서 법에 규정된 의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봉사법 제1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원봉사활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다소 왜곡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서는 자원봉사자도 많지만, 자원봉사를 입시나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의 기회로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돕는다'는 자원봉사의 원칙이 깨져 갈등의 불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