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문화의 핵심은 가족이 모여서 새해와 추수를 기리는 것에 있는데 요즘은 갖고 자체가 안 모이네요.
한 가족은 예전에는 8촌까지로 했었죠.
농경 사회 때에는 4촌도 6촌도 형제처럼 만나고 지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네요.
저는 요번 설에 집성촌인 저희 시골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직도 계셔서 시골 가서 설을 보냈는데,
저한테 재종숙 되시는 당숙들도 다 시골로 와서 명절을 보내시는 덕에 재종 형제는 물론이고 우리집에 장가 온 사위들도 다 만나보고 왔네요.
시골 마을이 집성촌이다 보니 설 아침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 떡국 먹고 종친들께 세배 드리러 가야하고, 설 차례를 위해 마을 제실 가서 제사 지내고 집안 종실 가서 제사 지내고 다시 큰집 가서 큰 할아버지 제사 지내고 앞집 가서 작은 할아버지 제사 지내고 하다 보면 설날 오전이 훌쩍 지나고 말더군요.
매 제사마다 음복을 하니 배도 터질 지경이 됩니다.
옛날에는 제사 음식을 모두 어머니들이 하셨는데 요즘은 숙부들이 나서서 많이 도와 주고 아들들 딸들도 도와 주니 숙모들도 덜 힘들게 명절 준비를 하신다고 하더군요.
저희 집안이 굳이 전통을 중사하는 집안도 아니지만 할아버지 4형제 분들이 앞집 뒷집으로 이웃으로 살았고, 지금은 막내셨던 저희 친조부모만 계시지만 재종숙들이 모두 본가에 와 명절을 보내니 명절마다 사람들로 북적 북적합니다.
얼핏보면 우리 집안에 시집 온 며느리들만 죽어날 것 같지만 워낙에 식구들도 많고 시집 온 숙모들도 많아서 조금씩 분담하니 모두 다 쉽게 일이 끝나고 즐길 수 있는 풍경이 되더군요.
게다가 지금은 사위들 다 보신 숙부, 당숙들도 자기 집이 아닌 본댁에들 와서 명절을 보내니 사위들도 자연 시골을 찾게 되더군요.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모여서 크고 작은 자리에서 서로들 어울리는 명절을 보내면서 한 번도 우리집안이 고지식 하다거나 전통을 매우 중시한다는 생각을 안 해 봤는데, 다른 집들은 이런 일들을 상상할 수 없다고들 하시더군요.
가족이 모이지 않는 명절,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미국만 봐도 크리스마스와 신년 명절에는 온 가족이 국경을 넘어서 온다던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