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미투가 어떠한 대중 운동으로서 성립하려면
여성의 성이 법과 제도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무법국가의 상태이거나
대중이 성범죄 피해자를 공공연하게 지탄하여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도록 억누르는
사회적 풍토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치 몇몇 이슬람 국가들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위의 전제들에 대하여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도리어 여성에게 현저히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와
여성 편파적인 법과 제도들이 존재할 뿐이죠.
여성이 원하면 얼마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들이 숱하게 갖춰져 있음에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공개적으로 퍼뜨리면서
무고할 수도 있는 사람들을 조리돌림 하는 건 그저 사회적 폭력일 따름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존엄이 중요한 만큼 남의 존엄도 중요하다는 것을
저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심신이 미약하거나, 어떠한 약점이 잡혔거나
자신의 의사나 행위에 대하여 무능력한 자이거나
어떤 집단의 소속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 등
저러한 이들에게 분명 미투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돌보기 위해 타협하고 합리화한 성관계나
구애인지 성범죄인지 구별조차 애매한 상황들까지 미투를 한다는 건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투는 본보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이렇게 당했고, 내가 먼저 용기있게 나섰으니
너도 두려워하며 떨지말고 나오라는 메시지죠.
그렇다면 미투를 외치며 나서는 사람들은
진정 사회적으로 강대한 권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법의 판단과, 사회의 조력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을 증명하고
아니, 적어도 그러한 시도들을 해보기라도 한 다음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내 자신을 걸고
미투에 나섰다는 당위성을 주장해야지
사지육신 멀쩡하고, 사리판단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성인 여성들이
경찰서 문턱도 밟아보지 않고, 십수 년 전의 증인조차 없는 일을 사실인 냥 주장하면서
무조건 자신만 믿어줘야 한다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저렇게 자신을 증명하며 미투로 나선 사람들이
미숙하거나 강박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용기를 내
법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고 조력하는 것이 미투가 되어야지
그저 막무가내로 제 주장만 늘어놓고,
앞뒤 분간 없이 무조건 역성드는 걸 미투라고 한다면
이건 마녀사냥이고 인민재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