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잡담글입니다...
제 아버지는 정확하게 대발이아버지 스타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퇴근한 아버지의 발을 씻겨주며 대발이어머니 같은 타입으로 사셨죠.
같이 살던 할머니(시어머니)에게는 엄청 구박받았습니다. "집안이 돈도 없어서 혼수도 못해왔다"라며
자주 구박하셨고, 집안 분위기가 안좋으면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화를 버럭 내고...
암튼 어머니 세대가 다 그랬을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본 어머니는 존중받지 못한 삶... 양보하고 헌신해야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남편에게 자식들에게... 그리고 시부모님에게 말이죠.
저는 그런 과정을 보면서 자랐고, 계속 생각했습니다.
"나는 절대 아버지 처럼 안산다." , "여성을 아끼고 사랑하고 이해해보겠다." 라는 결심을 한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저는 회사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나름 최선을 다하면서 돕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고, 제 결심이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건 당연한건데 왜 생색일까?" 라고 느끼는 아내의 반응입니다.
물론 이것이 당연한 시대이고, 저도 그렇게 느끼긴합니다만, 수고해주는 남편의 노력이 고마움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해도 지적하고, 때론 깜빡하고 못했을 때 화를 냅니다.
제 아내는 기본적으로 지적이고 성숙한 여성이라 언급한 수준이 절대 심한 수준은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위 고민들을 아내와도 나누게 되었는데 이후 아내는 저의 노력에 더 고마움을 표현해주고 있고, 제 심적인 상태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아빠를 보았을 때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서 애 보고, 집안일하고... 아내에게 혼나고..." 이런 장면만 계속 보면서 이미지가 누적된다면 내 아들은 결혼을 하고 싶을까? 나중에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내가 어릴적 아버지를 보며 "나는 절대 저렇게 안산다! " 라고 다짐했던 것을 정반대의 결심으로 가져가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상이 지금 이시대의 자라나는아들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진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여성이 여성 스스로 느끼기에 안전한 세상,
남성의 수고를 모두가 고마워해주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네요...
요즘 젠더이슈가 어딜가나 가득차니 말도 함부로 꺼내기 힘든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듯 합니다.
남녀전쟁이 갈수록 더 커질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