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한 회원님이랑 '변질된 페미니즘'에 대해 논쟁을 하다 이왕 적은 김에 따로 정리를 해서 올려보고자 이렇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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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 논쟁이 일 때마다 가끔 이런 글들을 봅니다.
'누가 남녀평등이 싫대? 한국의 변질된 페미니스트들이~'
이런 분들은 외국의 페미니즘은 다를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천만에요. 오히려 그들이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페미니즘을 만들고 이를 체계화 시킨게 서구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 미친 소리(워마드 애들이 지껄이는)가 서구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배운 소리라는 거죠.
이러면 혹자는 이런 말을 하십니다.
'그래도 페미니즘도 여러 분파가 있잖아. 다 싸잡아서 메갈 워마드처럼 일반화 시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페미니즘은 다들 아시다시피 '성 평등'을 기치로 내세운 사회운동이자 사상입니다. 근데 이게 70년대 들어서 이익집단화 되면서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온 현상이 바로 '분파'입니다. 급진적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여기서 또 분파한 맑스 페미니즘 등등..
근데 이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것을 어떻게 이루어 가느냐에 대한 방법론에만 차이가 있을 뿐, 사상적 틀은 똑같습니다. 즉 같은 소리를 점잖게 하냐, 워마드처럼 배설을 하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거죠.
자 보세요.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 중에 워마드 저짓거리 하는 것을 비판한 사람이 있나요? 전부 동조, 혹은 침묵입니다. 이게 뭘 뜻하겠어요.
잠깐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우리나라에서 페미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십 수년 전부터 페미니즘을 공부했습니다. 당연히 책도 많이 읽었고요.(혹 못 믿는 분 계시면 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직접 인증해 드립니다)
이 책들? 당연히 서구의 저명한 페미니스트들이 쓴 겁니다. 페미니즘의 바이블이라고 여겨지는 것들 웬만한 건 거의 다 읽었어요. 근데 읽으면서 느끼는 건 분파고 뭐고 말하는 본새만 다를 뿐이지 생각하는 건 전부 똑같다는 겁니다.
하나 예를 들자면, 미국 페미니즘의 대모 셰어 하이트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현대 페미니즘을 정립한 사람입니다. 팝으로 예를 들면 마이클 잭슨 같은 포지션이랄까요? 페미 기사들 보면 백래쉬니 미러링이니 하는 단어들 나오죠? 그 개념을 만든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당연히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존경해요. 근데 이 사람 책을 읽어보면 메갈 정신병자들이랑 똑같은 소리를 합니다. 다만 아주 점잖게..
예를 들자면 이 여자가 쓴 '여자 대 여자'라는 책이 있는데요. 짐작하시겠지만 '여적여'에 대해 다룬겁니다. 근데 원인을 남성우월주의에서 찾고 결론을 남성의 이간질로 내버립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게 다 남자들의 계획에 의한 건데 불쌍한 여자들은 여기에 놀아났다'는 거죠.
여기까진 차라리 그러려니 해요. 이 책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이랑 토론을 하는 부분도 나오는데요. 여기에 '여성은 삽입이 없어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발제가 나옵니다. 그리고 신나게 토론을 하다가 이렇게 결론을 내요.
'삽입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남성도 삽입을 하지 않고 느끼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이거 이해 되세요?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의 책이 이 정도입니다. 이 외에 다른 책들은 뭐 말할 것도 없어요. 대동소이 하거든요. 요즘 범람하는 페미니즘 도서, 기사, 칼럼 등.. 전부 이런 사람들한테 영향받은 겁니다.
저는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할 수록 여기에 감화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의문점만 커졌습니다.(물론 그들은 제 지능을 탓하겠지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게 저 개인의 감상이 아니더군요. 이미 서구에선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는 사람 못지 않게 반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었고 이 '반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평등'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밌지 않나요? 반 페미니즘이 평등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평등을 외치는 거라니.. 즉 '반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대척점에 선게 아니라 그 페미니즘이 내건 기치의 보완/대안인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페미니즘이 평등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에 따른 반발과 대안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회원님들에게 같이 공부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걔들 뻘짓할 때마다 욕이나 하고, 또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하는 것만으론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면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읽었던 책 중에 정말 추천하고 싶은 것 몇 개만 적고 글을 맺겠습니다.
<포비아 페미니즘>
반 페미니스트이자 평등주의자인 박가분 작가의 저서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왜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 프레임에 집착하는지, 왜 남자에 대한 공포감, 혐오감을 부추기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비판한 책입니다.
<소비되는 남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로이F. 바우 마이스터 교수의 저서입니다. 여자들이 말하는 유리천장, 임금 차별 등에 대해 자신의 연구, 통계 등을 들어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아울러 젠더 문제에서 남자가 착취당하는 것은 외면하는 현 세태를 비판하며 이는 평등은 커녕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승자의 뇌구조>
독일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교수의 저서입니다. 젠더 관련은 아니고 마케팅/기업 경영에 관한 책인데요.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인류가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나온 남자와 여자의 차이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위에 소비되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유리 천장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하는데 마이스터 교수와는 다른 학문으로 반박하는게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