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좀 끌어 볼려고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달았습니다.
저희집을 예로 들어 글을 시작하려하는데요.
저희집은 된장,간장을 직접 담궈먹습니다.
그런데 된장을 담글때 외갓집에서 메주를 가져와서 담그는데요. 같은 메주를 썼음에도 외갓집 된장맛과 저희집 된장맛이 완전히 다릅니다.(거의 청국장과 된장이 다른 정도로 다름)
또한 친가쪽의 큰집과 저희집 모두 같이 김치에 젓갈을 쓰지 않습니다. 김장을 담는 방식이 같다고 할 수 있죠.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맛이 상당히 다릅니다.
물이 달라서 그런지 자생하는 미생물이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렇듯 장맛은 집집마다 다른법입니다. 장은 한식의 기초가 되기에 음식맛 또한 집집마다 달라지죠. 똑같은 레시피대로 하더라도 이렇듯 집집마다 또 하는 사람마다 음식맛이 달라지기에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확연한 음식맛의 차이를 뭉뚱그려서 '손맛'이라고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논지로 돌아가서 집집마다 음식맛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가호의 수만큼 음식의 종류가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렇게 보면 한식이라는 것은 엄청난 다양성을 갖는 것이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생물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지구생태계의 큰 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양성은 경쟁력이고 생존의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구 상의 다양한 문화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다양화된 인간의 생존전략이고 언제 어떤 환경이 닥칠지 알 수 없는 인류의 미래에 있어서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에 엄청 유리하기에 소수부족들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학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겁니다.언어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막기위해 한글을 보급하자는 말이 보편적인 선이 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 따른 것이죠.
일본의 미소된장은 공장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재래식 된장이라는 것도 재래식 공장에서 운영한다는 것일뿐 대량생산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서양도 또한 일찍이 제빵사가 빵을 만들어서 팔았죠. 가정식보다는 사먹는 음식이 기초가 되는겁니다. 이런 점을 비교해보면 한국에서 가가호호마다 다른 음식이 있다는 그 다양성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발효하지 않고 생으로 만드는 음식(빵,밥 이런것)은 레시피만 같으면 같은 맛을 내기에 모든 음식의 기초가 발효음식인 된장(레시피를 똑같이 해도 같은 맛을 내기 힘들다는 의미로)이고 이 된장맛이 집집마다 다른 한국은 매우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그런데 그런 다양성이 지금 깨지고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김치와 된장을 담궈먹지 않습니다. 시댁 혹은 친정에서 가져다가 먹고 그나마 시댁,친정에서도 장을 사먹는 집은 그냥 사먹습니다. 이제 우리집 장맛은 이란 말은 통하지 않고 '오뚜기 장맛이 곧 우리집 장맛' '농심 장맛이 곧 우리집 장맛' 이런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무척 우려됩니다. 일찍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금주법을 시행하여 우리 술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된 전례가 있습니다.크게 집집마다 다르던 술맛, 작게는 지방마다 다르던 술맛이 금주법으로 인해 통일 되어버렸고 현재 다양성측면에서 우리 술은 경쟁력을 크게 잃어버렸죠.(막걸리가 세계에서 인기를 끈다지만 포도의 산지와 연도까지 따지는 와인에 비해서 얼마나 단순합니까..)
바쁘다는 것도 아파트라서 장을 담궈먹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애초에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문제로 인식조차 안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TV에선 먹방이 유행이고 채널마다 맛집프로그램이 나옵니다. 하지만 항상 '어느식당 음식이 맛있더라' 혹은 '전라도의 순천의 토속음식을 XX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제주도의 특별한 토속음식을 Xx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라는 말뿐입니다.
가정식의 다양성이 깨어지는 문제가 해결책은 커녕 문제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그 언젠가는 "철수네 집은 된장이 참 맛있지" "영희네 집은 총각김치를 참 잘 담궈" 이런 말이 어느 식당이 맛있더라 라는 말을 대신할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