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몸이 안 좋으신 분이 계십니다.
아무 병치례도 없이 건강하셨던 분인데 작년 5월 쯤 췌장암 판정을 받고 이제 1여 년이 지나가네요.
외삼촌이신데 점점 더 몸이 좋지 않아져 마지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50세. 아직 학교를 다니는 자식들이 있으십니다.
제가 집에서 첫 조카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친척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마음이 아프네요.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 등 우리나라 병원에서 해볼 수 있는 치료도 다 해보고
면역치료요법 등 다른 방법의 치료도 해보고, 식이요법 등 여러 방법을 써 보았습니다.
기적을 바라기엔 갈수록 희망이 사라집니다.
이미 온 몸에 암이 전이가 되어, 다른 장기들의 활동을 막아버리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치료방법이나 병세의 진행경과라든가 정보를 공부해서 많이 알려드리기도 했는데...
참 허무하네요.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고, 그 중에서도 제일 예후가 나쁘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지금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가족들도 심적으로 많이 힘드시겠죠.
특히나 할머니가 계시는데, 할머니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거잖아요?
젊은 시절,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시고
한 명 있는 아들을 이렇게 떠나보내시니.. 깊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어떠실지 아시겠죠...
외할머니의 최고 자랑은 하나뿐인 외삼촌이었는데
이러다 외할머니도 큰일 나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근 1여 년 간
집 안에 아프신 분이 있으니 모든 가족들이 그곳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저 또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면서 생활을 했던 거 같습니다.
어렵네요.
이런 상황에서 이제 이런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이렇게 큰 가족에 구도가 뒤바뀌는 상황과 변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른 가족들과 극복해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어쩔 땐, 이런 생각도 들어요.
마음아프고 슬프지만, 나도 내가 챙겨야 할 부모님이 있고, 내 삶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지나갈 일.
어차피 지금이 아니어도, 몇 십 년 뒤에는 다가올 일...
조금 빨리왔다 생각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고 넘기자..
머리로는 이렇게 알겠는데
마음이 참 그러질 못합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 자수성가 해,
먼 타지역에서 좋은 회사 들어가 아끼고 알뜰살뜰 모아 돈도 많이 벌고
나중에 정년퇴직해서 즐기며 살겠다고 그렇게 아끼며 살던 분이신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게 되다니 참... 어떤 말도 안나오네요.
지나고 , 시간이 흐르고 나면 조금은 슬픔이 아물까요?
이런 충격적인 일에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굉장히 앞으로 내 인생에서 힘들고, 슬픈일이 지금 진행되고 있지 않나 생각도 됩니다.
허무하고 , 허망하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맛있는 밥을 먹다가도,
회사에서 동료들과 사소한 이야기로 웃음을 피우다가도
집에서 혼자 집안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라, 이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
어디 보니 그러더라고요.
마음으로는 공감하고 슬퍼하 돼,
그로 인해 내 자신의 몸까지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고요.
그런데 저는 이걸로, 몸까지 조금 아프게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너무 신경을 썼더니 위염이라든가 두통이 조금 오기도 하고
잠자는데도 좀 어려움을 겪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까요?
혹시
내가 괜한 큰 책임감 같은 걸 느껴서 이러는 거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내가 걱정해도, 해결 될 일은 아니다"
"어차피 내가 걱정 해봐야, 직접적으로 도움될 건 없다."
"나만 슬픈 게 아니다. 다른 가족들은 더 심할 수 있다..."
생각을 하면서 참 착찹하고 막막합니다.
끝까지 회복되기를 기다렸던지라
어떤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내일이라도 휴가를 내고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너무 빠르게 악화되어 가네요. 의식도 점점 희미해진다고 합니다.
정말 허무하네요.
어차피 다 이렇게 될 일이지만, 왜 하필 이렇게 빨리. 이럴까.
이 슬픔과 아픔을 어떻게 견디며 앞으로 생활할까.
외삼촌이 조카이지만, 저를 아껴주고, 어릴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사랑해줬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파옵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다른 가족분들, 부모님의 슬픔을 좀 위로해 드려야 할까요?
참 착찹합니다. 친한 친구들과 즐겁게 잠시나마 이야기를 하고
늦은밤 귀가해서 주저리 주저리 푸념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