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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17 20:41
옛것, 전통문화와의 단절
 글쓴이 : 감방친구
조회 : 352  

저는 시골에서 나 자란 70년대 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입식 부엌으로 리모델링하기 전까지 나무를 떼는 구들,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이 있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얼마 전에 옛 제자들인 20 대 애들과 대화를 하다가 문창호지 바른 문 얘기가 나왔어요

다들 현대식 집에서 나고 자란 놈들인데
한 녀석이 그런 집에서 자 봤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자 봤냐 하니까
일본 여행 갔을 때 전통여관에서 잤는데 거기 집이 그렇더랍니다

저는 전근대와 근대가 뒤섞이고 교차하는 정신, 물리 환경을 모두 체험한 어쩌면 마지막 세대인데 그 얘기를 들으니 참 아이러니하더군요

요는
우리 전통문화를 외부의 창을 통해 이중적으로 겪고 바라보게 되는 일이 제 아래 세대에게는 너무 흔한 일이 되었구나 싶다는 생각

서양애들이 우리 것을 보고 중국풍, 일본식이라고 독해하는 것처럼
이 아이들도 그러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네요

그밖에도 이 아이들은 직접 겪은 게 없고 모두 간접이나 상상으로, 또 그것의 인공적 공유로 그 감각을 형성하는 것이죠

저는 영화를 따로 전공하려고 공부한 사람이니만큼 연기, 재현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 연기자들의 연기를 보면 산업화시기든 전근대 시기든 표정, 발성, 몸짓에 사실성, 진실됨이 점차, 아니 급격히 결여돼 가는 것이 보여 속상하더군요

그러니까 이들 젊은 연기자들은 삶을 체험하여 승화한다기보다는 남이 한 연기를 흉내내어 연기하는 것이죠

그래서 나이 많은, 진솔한 캐릭터를 지닌 연기자들이 돌아가시는 게 안타깝더군요 우리 문화의 자산 손실로 여겨져서 말이죠

그래서 연기나 문학 창작을 지망하는 애들한테 한국인의 밥상 같은 프로를 꼭 보라고 권합니다 거기 나오는 어르신들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라고 말이죠

두서 없는 글이 됐네요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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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망치 18-02-17 20:44
   
원래 문화 라는건 경제 활동의 변화에 맞추어 같이 변 합니다
어쩔수 없죠
산업화 그만 두고 옛날 처럼 전부 농사짓는 시대로 돌아가면 그마나 원하시는 전통이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감방친구 18-02-17 20:46
   
그런 극단적인 얘기를 하고자 쓴 글은 아닙니다
     
운검 18-02-17 20:52
   
ㅋㅋ 요즘 아파트나 현대식 건축설계로 된 집에 많이살아 그렇지 한옥집도 꾸준히 늘어나는추세임 정부도 한옥관련사업에 돈 쓰고있는걸로 아는데
Shifteq 18-02-17 20:46
   
우리나라가 유독 그런 부분이 심한거 같음...
한중일 중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이 가장 서툰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감방친구 18-02-17 20:50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함, 진솔함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고 싶은데 그게 말이 아니라 새하얗고 누런 한지가 발린 미닫이문, 여닫이문, 나무를 떼는 구들 흙집에서 며칠 밤 자보게 하는 식도 좋겠다 싶네요

또 요즘은 조부모와 조손의 물리적, 정신적 거리도 많이 벌어진 거 같아요
          
운검 18-02-17 21:00
   
문화체험형식으로 가는게 맞는듯 변화하는건 어쩔수없자나요 부모가 어떤생각을 가지냐가 중요한거같음 아이들에게 제일 영향많이주는건 부모니까 저도 어릴때 구들장있고 현대식과 혼합된 집에 살았었는데 겨울때 아버지랑 굴 구워먹은 추억이 아직도 감 ㅠ 구들에 이불깔고 누워 자면 진짜 행복하죠
백오십원만 18-02-17 20:48
   
일본이 전통 건축물들을 참 이쁘게 발전시켜놨긴 했습니다.
한국은 최근에 들어서야 한옥호텔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그런 것들이 너무 많죠.
거기다 옛날것을 그대로 지키기 보다는 계속해서 변형시켜 나가면서 현대에서도 세련되어 보일수 있게 잘 꾸미는거 같음.
ional 18-02-17 20:55
   
20대 중반이지만
친가쪽 시골 집 어렸을적에 묵었을때 방문이 창호지바른 미닫이문이였던게 기억나는데 ㅋㅋ

저 포함해서 애기들이 하두 손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슝슝내니까
결국 유리달린 미닫이로 바꿔서 시무룩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던...

화장실도 푸세식이였고
집 밖엔 아궁이로 구들 때던때가 있었다고 들어서
구들은 안때우고 가스식 보일러로 방안에서 단말눌러서
방 댑혀서 자고

밖에서 보면 아궁이 있던자리 위엔 지붕아래 처마가 새까맣게 탄 흔적도 남아있는거 보면
윗 세대인 할아버지,아버지 세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대강 느껴지더라구요
사이비평 18-02-17 21:37
   
일제시대, 한국전쟁, 갑작스런 산업화 과정이 전통에 관한 인식을 약화 시키는데 결정적이지 않았을까요.
일제시대에 단절이 시작 됐고, 한국 전쟁 때 가속화 되고, 군부독재시대 민주화 과정과 급격한 산업화는 우리 인식을 실용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끔 만들기에 충분했죠. 이 시간이 무려 70년 입니다. 변화가 작은 시골에선 소규모의 전통이 맥을 이어왔지만 결국 실용성에 입각한 편리함으로 대체 되고 진지한 전통적 관점에 대한 인식은 90년대 와서야 제기 되었지 않나 생각 됩니다.

국가나 특정 단체가 전통을 이끈다고 해서 전통이 이어지는게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에 전통적인 요소와 인식이 함께 하여야 하는데 지난 역사의 단절 때문에 쉽지 않죠. 인식은 단기간에 형성 되는게 아니거든요. 그럼에도불구하고 이 정도의 전통 외형을 유지한 건 선방한 거라고 보여 집니다.

이젠 기존의 전통 뿐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전통을 수립하려는 시도와 창작으로 개개인의 인식에 전통 요소를 녹여 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전통을 찾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이제서야 그런 시대가 왔다고 보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통의 단절을 이해 못 할 것도 없고 이제 시작인 만큼 미래는 즐겁다라고 보면 너무 긍정적인 걸까요? ㅎ
Dominator 18-02-17 21:44
   
가끔 느끼는겁니다만.. 전통문화(?)와 현재문화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긴 합니다.
근본적으로 전통문화와 최신문화를 별개로 보는 인식이 존재 하는것 같아요.
일반인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융합이라는 측면을 배척하는 나름 전통문화 전수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큰 몫을 차지 한다고 생각 합니다.
컨텐츠진흥원에 몸담을 당시 관련사업을 여럿 진행해 봤습니다만... 돌아오는건 밥그릇 싸움에 지친 무기력함 뿐이었죠.
젊은 국악 연주자들이 나름 먹고 살기위해(?) 행하는 크로스오버 국악을 가장 배척하는 집단이 국악집단이고, 한옥의 현대화에 극렬히 반대하는 집단이 한옥 전수자들이예요.
결국 전통뮨화 현대화 과정에서 오히려 관련 전수자의 도움을 받는다는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거..
그러다보니 전통문화의 저변화는 계속 겉돌 수 밖에 없고 괴리화될 수 밖에 없는겁니다.
창호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저희집 근처에 새로 전원주택단지가 생겼는게, 서비스로 다도실을 만들어줬답니다.
좌식 온돌방에 문을 창호지로 바른 나름 한식 창호문도 달아줬는데, 입주 끝나고 가보니 대부분 창호문을 없앴거나 중국식 창호문으로 바꿨더라는 얘기를 설계사한테 들은적 있습니다.
뭐랄까.. 다도실에 어울리는 동양적(?) 이미지가 중요하지 굳이 “한국식”이 필요한건 아니라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