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골에서 나 자란 70년대 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입식 부엌으로 리모델링하기 전까지 나무를 떼는 구들,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이 있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얼마 전에 옛 제자들인 20 대 애들과 대화를 하다가 문창호지 바른 문 얘기가 나왔어요
다들 현대식 집에서 나고 자란 놈들인데
한 녀석이 그런 집에서 자 봤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자 봤냐 하니까
일본 여행 갔을 때 전통여관에서 잤는데 거기 집이 그렇더랍니다
저는 전근대와 근대가 뒤섞이고 교차하는 정신, 물리 환경을 모두 체험한 어쩌면 마지막 세대인데 그 얘기를 들으니 참 아이러니하더군요
요는
우리 전통문화를 외부의 창을 통해 이중적으로 겪고 바라보게 되는 일이 제 아래 세대에게는 너무 흔한 일이 되었구나 싶다는 생각
서양애들이 우리 것을 보고 중국풍, 일본식이라고 독해하는 것처럼
이 아이들도 그러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네요
그밖에도 이 아이들은 직접 겪은 게 없고 모두 간접이나 상상으로, 또 그것의 인공적 공유로 그 감각을 형성하는 것이죠
저는 영화를 따로 전공하려고 공부한 사람이니만큼 연기, 재현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 연기자들의 연기를 보면 산업화시기든 전근대 시기든 표정, 발성, 몸짓에 사실성, 진실됨이 점차, 아니 급격히 결여돼 가는 것이 보여 속상하더군요
그러니까 이들 젊은 연기자들은 삶을 체험하여 승화한다기보다는 남이 한 연기를 흉내내어 연기하는 것이죠
그래서 나이 많은, 진솔한 캐릭터를 지닌 연기자들이 돌아가시는 게 안타깝더군요 우리 문화의 자산 손실로 여겨져서 말이죠
그래서 연기나 문학 창작을 지망하는 애들한테 한국인의 밥상 같은 프로를 꼭 보라고 권합니다 거기 나오는 어르신들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라고 말이죠
두서 없는 글이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