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민족이나 어느 문화에서나 인류사에 빼 놓을 수 없는 예식이 있는데, 그것이 '관혼상제'입니다.
즉,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죽은 자에 대한 예식인 것이죠.
이른바 '제사'라는 것은 죽은자, 조상에 대한 예식입니다.
우리의 제사는 주자가례를 바탕으로 지방 향약에서 정한 바를 가문의 특색에 맞게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제사는 4대 봉제사를 기본으로 합니다.
즉, 산 자를 기준으로 4대조 까지의 제례를 의미하죠.
제사의 종류에는 기제, 차례, 묘제가 있습니다.
기제는 매년 조상께서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제사로 주로 새벽에 지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차례는 음력 설과 추석에 지내는 제사이고,
묘제는 한식과 추석 전후에 묘에 가서 지내는 제례입니다.
원래 제례는 가문의 전통과 소박한 정성으로 차리는 것으로 제사상 자체보다는 정성과 제례에 참석하는 후손들의 모임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사가 서민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은 18세기 이후입니다.
제례는 가족의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가족 모임이 전제되는데 과거 한 가족을 8촌까지로 보고 제례에 8촌까지 참석하여 큰 가족행사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4촌지간도 모이기 힘들며 큰집의 개념도 사라져 누가 친척인지도 모르는 것이 태반입니다.
그러다보니 제례를 드릴 때 제상에 모인 가족이래야 7~8명 남짓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나 실제로는 8촌까지 모여야 하므로 제대로 제례를 할 경우 한 제사상에 20명도 넘는 친척들이 모여 절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제례 문화가 사라지는 데에는 가족이 모이지 않기 때문인 것이죠.
제례가 불편하다고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불편해서가 아니라 가족 문화가 변하면서 대가족이 붕괴되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과거 4대 봉제사를 하며 기제와 묘제를 지낼 때에는 8촌을 넘는 친척들이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각자 준비해 온 음식과 정성으로 조상의 묘를 돌보고 절을 드렸죠.
그것은 허례허식이 아니라 가족 모임인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거스를 수 없는 숙명에 대한 학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