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빙이 일본 하라주쿠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여러 말이 오갔는데요...
한국이 팥빙수의 원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아.. 두괄식으로 해서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인 것 같은데...한국인 것 같기도 하고..."
"아, 머리 아프니까 따지지 말고 그냥 먹자" 입니다;;
우선 팥빙수라는 장르 말고, 빙수의 원조부터 찾아보겠습니다.
얼음에 음료나 우유 등을 타서 먹는 음식은 고대에도 이미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높은 산의 얼음을 주섬주섬해서 과일즙에 타 먹었다거나,
카이사르 장군이 알프스의 눈에 술과 우유를 섞어 먹었다거나,
중국 송나라 시대에 황제가 꿀과 팥을 섞은 얼음을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거나,
일본 헤이안 시대에 무사들이 얼음을 일본도로 착착 썰어서 거기다 즙을 뿌려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서빙고 관원에게 얼음을 으깨어 과일을 섞은 후, 화채를 주었다...
정도의 기록밖엔 없습니다.
뭐 옛날 얘긴 차치해 두더라도,
우리가 요즈음 먹는 현대식 빙수의 원조(?)는 일본입니다.
얼음 갈아서 예쁜 그릇에 퍼담아 올리고, 그 위에 첨가물을 얹어먹는 식 말이죠.
1869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町田房造가 마차도로 변에서 처음으로 빙수점을 개업하였습니다.
1871년 나카가와에서는 하코다테 얼음이라는 천연 얼음이 발매되어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빙수를 맛본 사람이 있습니다.
1876년 고종대에 수신사로 일본에 파견된 김기수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일본 외무대신과의 만찬에서 디저트로 빙수를 먹었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얼음 즙이 그릇에 산처럼 쌓였는데 오색이 찬란하게 빛나고, 먹으면 가슴까지 서늘하다."
1878년에 이르러 불량 얼음의 유통이 늘자, 일본 내무부는 "얼음제조단속규칙"까지 공포합니다.
게다가 1887년, 무라카미라는 일본 작자가 얼음을 가는 기계인 "빙수기"에 대한 특허를
세계 최초로 취득합니다.
뭐 이정도면 빙수에 관한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애초에 얼음에 무엇을 올려 섞어 먹는 방식은 세계 곳곳에서 흔히 행해졌기 때문에
"빙수의 원조"(?)가 누구냐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적어도 현대식 빙수의 뿌리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팥빙수의 경우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 '빙수'라는 개념 자체가 박약했을뿐더러,
빙수라는 음식이 전수된 것은 일본문화의 유입에 따른 직접전파라고 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빙수는 확실히 일본에서 전수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치만 한국과 일본의 빙수는 서로 다릅니다.
일본 = "잘게 간 얼음 위에 시럽을 뿌려서, 천천히 무너뜨리며 먹는다!"
한국 = "갈린 얼음 위에 팥, 콩, 과일, 젤리 등을 얹어서 비빔밥처럼 철저히 섞어 먹는다!"
일본의 빙수 중 고명을 얹어 먹는다라는 개념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시럽을 뿌려 스며들게 한 후 먹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큰 차이점입니다.
팥을 먼저 얹은 곳은 어디냐고요?
일본입니다.
일본에 킨토키(金時)와 코오리아즈키(氷小豆,こおりあずき)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 얼음에다가 팥을 얹어 먹는 방식이지요.
이것을 원형으로 하여 삶은 팥을 얹은 형태로 개량된 것이
오늘날 한국에서 '팥빙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일본의 빙수를 기본으로 하여 개량했지만
한국의 빙수는 만드는 방식이나 먹는 방식이 워낙 상이하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팥빙수, 어느 쪽이 원조이다! 라고 말 못하겠습니다.
물론 설빙은 말하죠.
"고객님! 무식하게 섞어 드시지말고 천천히 떠서 드세요... 연유는 나중에 넣으시고요!"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분명 한국의 팥빙수는 일본의 팥빙수와는 틀립니다.
하지만 빙수를 늘상 먹던 것도 일본이고, 팥고명을 얹은 것도 일본이고,
게다가 설빙은 먹는 방식까지 일본식을 고수하라고 하니...
피곤하네요. 원조 따지면서 먹어야겠습니까? 걍 먹읍시다.
(개인적으로 전 퍼먹는 것보다 섞어 먹는게 맛있습니다.
설빙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먹어봤는데, 겉에만 맛있고 속은 퍽퍽한데다가 밍숭맹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