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훈현입니다.
스펀지에 방송된 내용에 대해 여러 말들이 많은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당시의 상황을 설명드리려 합니다.
79년 유럽 바둑 선수권이 독일에서 열렸고 당시 저는 한국 프로 사범으로 초청되었습니다. 초청 다면기를 끝내고 옆을 보니 체스를 두고 있었기에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말의 대강의 움직임은 알겠기에 흥미가 있어 관전을 하였습니다. 계속 관전을 하자 체스
를 두던 대국자가 체스를 아느냐고 하였기에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저는 체스 대국은 처
음이었기에 접어주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체스는 접어주는게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대국을 시작하였고 첫 판에는 졸 하나 차이로 졌습니다. 한번 더 하자고 해서 두
번째 판을 시작하였습니다. 두번째 판 중반에 상대방의 제일 센 말이 제 졸을 잡다가 오
히려 잡혔습니다. (장기로 예를 들면 청 차로 홍 졸을 잡으려다 홍 마에게 청 차가 잡혀버
렸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그 센 말이 잡히자 그 사람이 졌다고 말해서 대국이 끝
났습니다. 대국이 끝나고 그 사람에게 실력이 어느정도시냐고 물어봤더니 그사람은
자기는 '바둑은 약하나 체스는 마스터'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급정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강 6급정도 되겠다고 하며 체스를 배우면 잘
하겠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가 당시의 상황입니다.
그 사람이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확인은 못하였으나 본인 스스로 마스터라고 하여 저
는 그것을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이 기억에 남아 전신(자서전)에 그 이야기를 썼는
데 스펀지에 그 내용이 올라왔다며 취재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스펀지 방송시 상황설정을
할 때 재미를 위해 일부 내용이 편집되어 방송된듯 한데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
다. 체스를 폄하하고자 함은 전혀 없었을 뿐더러 저 역시 그 사람을 이긴 것이 실력이
아닌 운이였음을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면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과연 체스상대자가 체스챔피언이었나, 그리고 그 체스 챔피언의 이름을 왜 밝히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 제일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일단 그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기 힘들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26년이나 된 오래전 이야기인데다가 비공식적인 대국이었기에 그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당시 그 독일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였기에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고 저는 체스를 처음 접한 것이어서 체스 단을 나누는 정확한 명칭도 몰랐으므로 그 사람이 자신을 마스터라고 하였기에 그것을 그대로 기억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이 대국 자체가 없던 일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이 일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체스를 폄하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생각는 전혀 없으며 그러한 의도또한 전혀 없음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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