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군 동원해 사냥하고 시식회까지… 혜문스님 국내 첫 공개, 교토 도시샤 중고교에 소장중 확인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사냥한 조선 호랑이와 표범 박제가 22일 오전 국내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이날 미디어오늘이 김영준(혜문 스님)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를 통해 입수한 호랑이 박제 사진은 일제 강점기 일본 자본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1873~1927·무역상사 송창양행 사장)가 ‘정호군(征虎軍)’을 꾸려 한반도에서 사냥한 호랑이다.
야마모토는 해당 호랑이의 고기로 서울과 도쿄에서 시식회를 열었고, 가죽은 자신의 모교인 도시샤 대학에 기증했다. 호랑이 가죽은 박제돼 현재는 교토에 위치한 도시샤 중·고등학교에 소장돼 있다. 호랑이와 표범이 남한에서 멸절됐기 때문에 도시샤 측에서 한국에 반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 도시샤 중학교에는 호랑이 2마리(대호, 새끼호랑이)와 표범 2마리가 있다. 이는 교토의 시마즈 제작소에서 박제해 전부 유리상자에 보관돼 있다. 김 대표는 “전남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있는 호랑이 박제와 비교하면 도시샤 박제는 모피 퇴색도 거의 없어 보관상태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호랑이 박제는 야마모토가 호랑이 사냥을 위해 모집·기획한 정호군을 통해 사냥한 두 마리의 대호 중 하나다. 그는 다른 한 마리를 당시 일본 왕자에게 기증했다. 야마모토가 당시 활동을 정리한 책 ‘정호기’에 따르면 조선 호랑이 사냥은 일본 사나이의 기개를 보이고, 식민지 조선의 혼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잡으며 제국주의 야욕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야마모토의 정호군은 1917년 11월10일부터 한 달간 사냥꾼 24명, 몰이꾼 약 150명을 8개 반으로 나눠 함경남북도와 강원도, 전라남도 등 4개 지역에 배치해 호랑이를 사냥했다. 호랑이 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은 야마모토는 자신의 정호군 수렵활동을 담은 책 ‘정호기’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야마모토의 정호군은 영화 ‘대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조선총독부의 해수구제사업
야마모토의 정호군 배후에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군사통제권을 제외한 행정, 사법을 통괄하던 직책) 야마가타 이사부로가 있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해로운 맹수로부터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등을 사냥했다. 당시 일제의 영토가 된 한반도에 호랑이 등 맹수의 습격은 일본인에게 위협적이었다.
일제는 항일의병을 막는다는 이유로 총기 소지를 금지해 맹수 피해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당시 조선인들은 이 사업을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호랑이·표범이 멸절되는 등 생태계가 훼손됐고, 야마모토와 같이 조선호랑이 사냥을 침략 행위로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조선총독부 발행 잡지 ‘조선휘보’에 따르면 해수구제사업에 경찰관과 헌병은 3321명, 공무원 85명, 사냥꾼 2320명, 몰이꾼 9만1252명이 1915년부터 4220일간 동원됐다. 이로 인해 1915년 호랑이 11마리, 다음해에는 13마리를 잡는 등 공식 통계로 약 200마리가 잡혔다. 기록에 남기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호랑이 500마리, 표범 3000마리 이상이 일제에 의해 잡혀 멸절된 것으로 추정된다.
야마모토의 야욕, 호랑이 시식회
야마모토는 정호군을 통해 사냥한 호랑이 고기 시식회를 서울(경성)과 도쿄에서 열었다. 조선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시식해 ‘조선을 먹는다’는 정치적인 행사였다.
1차 시식회는 1917년 12월7일 조선호텔에서 야마가타 정무총감을 포함해 실력자 120명을 초대해 열었다. 시식회 방명록에 보면 정호군을 따라다니며 그 여정을 ‘매일신보’에 보도한 언론인 심천풍(본명 심우섭)이란 인물도 있는데 ‘상록수’의 작가 심훈의 맏형으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발표한 친일파다.
시식회는 일본에서도 열렸다. 같은해 12월20일 도쿄 제국호텔 대연회장에는 체신 대신, 농상무 대신, 육군 대장 등 정재계 요인 200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준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혜문 스님)는 “야마모토의 정호군의 호랑이 사냥은 악의적인 목적이 뚜렷하다”며 “단순히 강제로 호랑이를 잡아간 걸 넘어 조선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22일 도시샤 학교 법인에 호랑이 박제 반환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조선의 호랑이는 현재도 조선의 영혼, 조선의 정신을 상징한다”며 “발전적인 한일관계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해당 호랑이는 이제라도 원산국(한국)에 반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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